(서울=연합인포맥스) ○…"차라리 물린 사람이 낫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옵니다. 이자라도 나오고, 관리라도 할 수 있으니깐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업황이 악화하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다수의 금융기관이 부동산 시장을 보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신규 영업이 사실상 어려운 환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지난 4~5년 전 부동산 관련 인력을 다수 늘렸다. 당시는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면서 증권사의 PF 분야가 먹거리로 떠올랐던 시기다. 부동산 개발 등을 담당하는 시행사와 건설사 출신 인력도 증권사로 다수 유입됐다. 부동산 개발 관련 전문성을 살리면 여의도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취지였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을 주름잡았던 이들은 현재 증권사의 골칫거리가 됐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증권사에서도 이들의 처지를 고민하는 상황이 찾아와서다. 운용, 발행,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가 골고루 다져진 대형 증권사와 다르게 부동산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중소형 증권사의 상황은 더욱 힘들다.

PF 업계 관계자는 "증권가로 유입된 부동산 인력들은 대다수가 1년 계약직 신분"이라며 "시장이 침체하면서 신규 영업을 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중소형사의 상황은 특히 암울하다. 매달 실적이 임직원에게 통보되는 회사들은 더욱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영업 조직을 없애고 관련 인력을 관리 부서로 이동시키는 금융기관도 생기는 추세다. 신규 영업이 대폭 줄었을 뿐만 아니라 PF 연착륙을 추진하는 금융당국의 눈치도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3월 결산을 앞두고 연간 실적과 부동산 자산 관련 충당금 적립도 고민거리다. 당국은 부동산 사업 예상 손실을 선제적으로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연일 발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실무진이 겪는 어려움도 증폭되고 있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당국이 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으라고 해서 기준보다 많은 충당금을 쌓았다. 그런데 충당금 비율이 높아진 걸 보고서는 자산 건전성을 다시 분류하라고 따지기도 한다"며 "PF를 취급한 금융기관들의 실무진은 현재 충당금과 실적 사이에서 당국과 경영진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없는 시기"라고 말했다. (투자금융부 황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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