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조달 전략, 시장 환경도 호조…벤치마크 역할 톡톡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주택금융공사가 5억유로 규모의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발행에서 달라진 조달 전략을 드러냈다. 그동안 물량 확보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금리 절감에 방점을 두면서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대폭 낮췄다.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제공]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유럽 커버드본드 시장이 활황을 맞은 점도 스프레드 축소를 뒷받침했다. 유럽 기관들의 거센 투자 열기 속에서 주택금융공사는 커버드본드로는 이례적일 정도로 스프레드를 끌어내렸다. 유럽 시장 내 대표적인 한국물 커버드본드 발행 주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주금공, 5억유로 커버드본드 발행…흥행 기록 경신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오는 18일(납입일 기준) 5억유로 규모의 소셜 커버드본드를 발행한다. 지난 11일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북빌딩(수요예측)을 마치고 조달 조건을 확정했다.

트랜치(tranche)는 5년물이다. 가산금리(스프레드)는 유로화 미드 스와프(EUR MS)에 48bp를 더한 수준이다.

주택금융공사 커버드본드 인기는 뜨거웠다. 북빌딩에서 최대 30억유로의 주문이 몰리는 등 매수세가 거셌다. 마지막까지 남은 주문 금액 또한 23억유로를 뛰어넘었다. 참여 기관은 80곳에 달했다.

넉넉한 수요에 힘입어 스프레드 절감 폭도 커졌다. 당초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로 60bp를 제시했으나 12bp를 낮췄다. 그동안 등장했던 한국물(Korean Paper) 유로화 커버드본드 중 IPG 대비 12bp까지 스프레드를 낮춘 곳은 주택금융공사가 처음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흥행은 주택금융공사의 전략적 접근이 주효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조달 시기 등을 두고 고심하기도 했다. 지난달 달러화 선순위채를 찍는 등 조달 일정이 줄줄이 이어진 탓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유럽 커버드본드 시장에서 캐나다 등 역외 물량이 쏟아진 데다 투자자들의 호응 역시 상당한 것을 보고 발행에 나서기로 했다. 유럽 기관이 6월 금리 인하 가능성 등으로 서둘러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이어 주택금융공사는 발행 물량 측면의 희소성을 강조하면서 인기를 더욱 높였다. 북빌딩 개시부터 발행 물량이 5억유로라고 못을 박으면서 기관들의 매수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조직부터 전략까지 변화, 벤치마크 두각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확대로 해외 시장에서의 자금 마련에 속도를 높여왔다. 지난해 찍은 공모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량만 16억5천유로 수준이었다. 원화 채권 시장에서의 수급 부담을 줄이는 과정에서 해외 조달로 발을 넓힌 여파였다.

물량 공세 속에서 주택금융공사의 유로화 커버드본드는 점차 유통시장에서 동일 등급 대비 다소 높은 스프레드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발행에서 물량보단 금리에 방점을 두면서 다시 스프레드를 대폭 낮췄다.

정책모기지 확대 속도가 둔화하면서 조달 수요가 이전보단 주춤해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올 초 조직 개편으로 해외 펀딩을 담당하는 국제금융부 인력이 대거 바뀌면서 전략 측면의 변화가 더 두드러졌다. 2018년 첫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주도했던 신승용 부장이 국제금융부로 자리를 옮겨 다시 업무를 담당하면서 시장에서 쌓아온 전문 노하우가 한껏 드러났다는 평가다.

금리에 방점을 둔 이번 발행으로 주택금융공사 채권의 몸값은 한층 높아졌다. 발행물이 유통물 대비 7bp 낮은 스프레드를 형성하면서 마이너스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을 달성한 것이다.

이에 주택금융공사 유로화 커버드본드의 유통금리 또한 재조정 될 것으로 보인다. 스프레드를 끌어내리면서 채권 커브가 재평가받는 데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주택금융공사 채권 몸값이 높아지면서 이외 한국 유로화 커버드본드 가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금융공사는 2018년 국내 최초로 유로화 커버드본드를 찍은 후 해당 시장에서 한국 벤치마크 역할을 도맡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 수준이다. 다만 커버드본드는 높은 상환 안정성을 인정받아 최고 등급인 'AAA'를 받고 있다. 무디스와 S&P는 한국주택금융공사 커버드본드에 각각 'Aaa', 'AAA'를 부여 중이다.

이번 딜은 BNP파리바와 크레디아그리콜, 도이체방크, ING 증권, 나티시스가 주관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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