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월가에서 공포가 사라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이 5,000선 위로 뚫는 등 뉴욕 주요지수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인공지능(AI) 돌풍을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주가가 1천달러에 바짝 다가선 가운데 3천달러선까지 뜀박질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가상화폐 대장인 비트코인은 원화 기준으로 1억원을 훌쩍 넘었다. 모든 위험자산이 빅랠리를 펼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영향 등으로 풀이됐다.


◇CAPE 지수는 대공황 수준보다 높아

하지만 세계적인 석학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에 따르면 위험자산에 대한 탐욕에 경계감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로버트 실러 교수가 고안한 '경기조정주가수익배수(CAPE:Cyclically adjusted price to earnings)' 기준으로 뉴욕증시가 너무 치솟았기 때문이다. 모골이 송연해질 지경이다. CAPE 혹은 실러 PER로 불리는 '경기조정주가수익배수'는 경기변동요인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조정한 S&P 500 기업전체의 지난 10년간의 주당순이익을 계산하고 이것을 S&P 500 기업 전체의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사진 설명:<로버트 실러 교수가 고안한 경기조정주가수익배수(CAPE) 추이>

현재 뉴욕증시 주가 밸류에이션은 대공황 직전이었던 지난 1929년과 닷컴버블 붕괴 직전이었던 1999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실러 교수의 분석을 따르면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의 평균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은 16배 내외다.

올해 초 이 비율이 27~28배까지 올라왔고, 지난 13일에는 34.54까지 치솟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는 27 수준에 불과했고 대공황 직전에도 31.48 수준이었다. 경기조정주가수익배수가 장기 평균을 웃돈 경우는 1929년 대공황,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이었다. 이 세 차례는 CAPE지수가 25를 넘어섰다. 당시 주가가 고점을 찍고 나서 큰 폭으로 내렸다.

로버트 실러 교수는 자산가격의 거품 형성 경로를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다수 월가 전문가는 '이번은 다르다' 강조

다수 전문가는 로버트 실러 교수의 경고에도 포모증후군(FOMO:Fear Of Missing Out)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만 여념이 없다. 무엇보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점치면서다. 특히 위험 선호도가 높은 월가 일부 전문가들은 AI 최대 수혜주인 엔비디아 주가와 가상화폐 대장인 비트코인의 경우 오늘이 가장 싼 가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포모증후군은 당초 사교 모임 등에서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모임이나 행사 초청도 거절하지 못하는 행태를 일컫다가 증시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용어로 전용됐다.

CAPE 혹은 실러 PER로 불리는 '경기조정주가수익배수'는 미래를 설명하는 데 부적절하다는 반박도 이어졌다. 해당 지수가 과거의 수익률을 의미하고 평균회귀(mean reverse)가 강화된 개념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이런 반박을 바탕으로 'AI 흥행' 등이 주도하는 '이번은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는 말은 전설의 투자자 존 템플턴(1912~2008)이 '영어에서 가장 값비싼 말'이라고 규정하면서 유명해진 경구다. 템플턴은 주가 폭등에 이은 조정이나 경기둔화 등을 두고 사람들은 늘 '이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생각은 완전히 틀릴 뿐 아니라 언제나 값비싼 대가까지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부한 템플턴의 경고와 평균회귀 개념이라는 실러 교수의 경기조정주가수익배수(CAPE)가 이번에도 주효할지도 향후 뉴욕 증시의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가 될 듯하다. (편집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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