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조주완 LG전자[066570] 사장은 '3년 차' 대표이사(CEO)다. 2022년 3월 신규 선임됐으니 만으로 정확히 2년이 지났다. 사계절을 두 번 겪으며 대표이사로서 경험할 수 있는 '웬만한' 일은 다 해봤을 것 같지만 아직 못해본 게 있다.

바로 '주주총회 의장'이다. LG전자 정관상 주총 의장은 대표이사가 맡는다. 취임 후 처음 맞이한 작년 주총에선 배두용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의장직을 수행했다. 2인 각자 대표체제였던 영향이다. LG전자가 지난해 말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하며 이번에 처음 의사봉을 잡았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26일 처음으로 주주총회 의장을 맡았다.
[촬영: 유수진 기자]

 

이와 맞물려 LG전자 주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평소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 사장의 신념을 주총에 그대로 반영한 듯한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조 사장 스타일'이다.

26일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개최된 LG전자 제22기 주총은 '주주가치 제고'를 빼놓곤 설명할 수 없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아니 준비 단계부터 주주를 가장 최우선 순위에 놓았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날 회의엔 조 사장 외에 4개(H&A·HE·VS·BS)사업본부장이 총출동했다. 고위급 임원이 주주를 만나러 한달음에 달려오는 건 국내 재계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김창태 CFO와 이삼수 최고전략책임자(CSO), 김병훈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C레벨 임원도 모두 자리했다. 주주 질의에 가장 '적확한' 답변을 주기 위해 조 사장이 직접 초대했다고 한다. 책임경영 강화 취지다.

조 사장은 "올해 주총엔 사업 전략과 비전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주주환원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담았다"며 "소통, 공유, 나눔이란 세 가지 키워드를 반영해 '열린 주총' 콘셉트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은 LG전자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생중계됐다.

 

오른쪽부터 류재철 H&A본부장, 박형세 HE본부장, 은석현 VS본부장, 장익환 BS본부장
[촬영: 유수진 기자]

 

진행 순서도 차별화했다. 통상 주총이 회의 목적 사항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과 달리 회사의 방향성과 전략을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사장급 임원인 각 본부장이 차례로 나와 직접 프레젠테이션(PPT)을 했다.

조 사장이 작년 7월 발표한 '2030 비전'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했고, 각 사업본부장이 뒤이어 사업별 전략을 소개했다. 그간 언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회사의 비전을 전해 들은 주주를 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약 1시간 가까운 시간을 할애했다. "주총 아닌 사업발표회 같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로 '진심'이었다.

예년 대비 한층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도 발표했다. 주당 최소 1천원의 배당을 보장하고 배당성향을 기존 '20% 이상'에서 '25%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내년부턴 배당금을 먼저 확정한 뒤 배당기준일을 설정해 '깜깜이 배당'도 없앤다.

이에 대해 조 사장은 "이번에 발표한 주주환원은 최소한의 약속"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주주환원을 통해 나눔의 정책을 펼쳐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LG전자는 현장 주주는 물론, 사전에 온라인을 통해 받은 주주 질문에도 답을 줬다. ESG 관련 질문은 이삼수 CSO가, TV 사업 관련해선 박형세 HE본부장이 각각 답변했다. 조 사장의 부연 설명도 빠지지 않았다. 질의 한 주주와 답을 한 임원 모두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현장에서 ESG 정책에 대해 물은 네덜란드 연기금 APG 관계자는 "이번 주총 참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LG그룹 계열사 중 LG전자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개방적이고 친화적인 태도를 보여줬다"며 "타 계열사들도 이러한 태도를 닮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주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고객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주주에게도 진정성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주주를 위하는 정책 중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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