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요도 강조, 정부 지원 뒷받침

넉넉한 수요 속 채권 몸값 높여

(서울=연합인포맥스) 피혜림 기자 = 한국광해광업공단이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에서 달라진 위상을 드러냈다. 달러채 투자자 모집에서 넉넉한 수요를 확인한 것은 물론 채권 가치를 한층 높였다. 국내 공기업으로는 비교적 낮은 A급 국제 신용등급과 자본잠식 등으로 달러채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과거와 대조적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청사
[한국광해광업공단 제공]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이하 자원안보특별법) 제정으로 중요도가 높아진 데다 정부 출자까지 예정되면서 글로벌 기관들의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 S&P의 신용등급 상향 결정 또한 이를 뒷받침했다.

◇특별법 제정에 자원안보 중요도 부각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일 한국광해광업공단은 북빌딩(수요예측)을 통해 4억달러 규모의 유로본드(RegS) 발행을 결정했다. 트랜치(tranche)는 5년 1개월물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북빌딩에서 넉넉한 수요를 확인했다. 북빌딩 중 발행액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주문이 몰리면서 글로벌 인기를 실감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미국 5년 국채금리에 105bp 더한 수준으로 확정했다. 최초제시금리(IPG, 이니셜 가이던스)가 140bp였다는 점에서 35bp를 끌어내린 셈이다.

최근 한국물 시장이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 흥행은 한국광해광업공단의 달라진 입지 또한 한몫했다는 평가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지난해 완연한 'A+' 등급으로 올라섰다. 과거 S&P는 무디스(A1)·피치(A+)와 달리 'A' 등급을 부여했으나 지난해 11월 'A+'로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정부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비축할 희귀 광물의 양과 종류를 늘리기로 하면서 정치적 역할이 확대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어 지난달 자원안보특별법이 제정되면서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졌다. 핵심 광물 비축 등과 관련한 전담 기관으로 자리하면서 공급망 안보의 중요한 부분으로 떠올랐다. 이를 선제 반영해 지난해 S&P의 등급 상향이 결정되기도 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해외 로드쇼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강조했다. 이달 중순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을 직접 찾아 특별법 제정으로 한국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에서의 중요도가 늘어난 점 등을 설명했다.

더욱이 자원안보특별법과 더불어 공급망 기본법, 소부장 특별법 등 공급망 3법이 완비되면서 정부의 공급망 자립·다변화 추진에 드라이브가 걸린 터라 투자자들의 신뢰감이 배가됐다.

정부의 출자로 펀더멘탈 강화가 기대되는 점도 기관들의 투자 심리를 북돋웠다. 올해도 출자금 유입이 예정되면서 정책적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는 후문이다.

◇마이너스 NIP 달성…한국물 호조 지속

견고한 투자 심리에 힘입어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채권 몸값을 한층 높였다. 뉴이슈어프리미엄(NIP)을 -5bp 수준까지 끌어내린 것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경우 합병 전까지만 해도 해외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 등 달러채 조달 시 녹록지 않은 분위기를 체감해야 했다. 오랜 자본 잠식으로 통상적인 공기업(AA)보다 2노치(notch) 낮은 A급 신용도를 받아야 했다. 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 및 정부 지원 등에 제동이 걸리면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정부지원공문(레터)을 받아 가까스로 달러채 조달을 마치기도 했다.

하지만 통합으로 광해광업공단이 출범한 후 점차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출범과 함께 정부가 자본금 출자에 나서면서 지원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과 함께 불어온 반환경 우려는 조달 목적을 강조해 완화했다. 자금 사용처가 탄광 개발 사업 등이 아닌 기존 발행물의 차환이라는 점을 드러내 ESG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었다. 이에 참여 기관이 확대 효과 또한 톡톡히 누렸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흥행세를 이어가면서 연초 거셌던 한국물 인기가 최근까지 지속되는 양상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글로벌 기관들의 투자 열기가 거세진 데다 중국물 감소로 아시아 채권의 희소성이 높아진 여파다. 특히 한국물 역시 135일룰 등으로 한 달 반여간 발행이 주춤했던 터라 기관들의 매수세가 더욱 치열했다.

ph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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