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인생은 길고 돈은 부족하다'
<최기억 칼럼> '인생은 길고 돈은 부족하다'
  • 승인 2013.05.0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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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주에 일명 '정년 60세 연장법'이 여야의 합의로 통과됐다.

인구 구조학의 혁명적 변화를 맞은 우리 사회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소(牛)걸음이지만 작은 변화에 시동을 건 셈이다.

송나라 때의 주자(朱子)는 권학문(勸學文)을 통해 "소년들이여, 늙기는 쉬우나 학문을 이루기 어려우니 찰나의 시간도 헛되이 여기지 마라"며 독려했다.

이런 경구에 자극을 받아 대한민국의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들은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했지만, 이제 지식과 기술의 내구연한(耐久年限)이 끝나고 대거 정년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여러 조사기관에 따르면 이들에게는 '네 가지'가 없다고 한다. 자식 뒷바라지에 집도 팔고 보험도 깨고, 연금도 없어 무엇보다 수중에 돈이 없다. 또 평균수명은 길어졌지만 조금씩 아픈 곳도 비례해서 늘어나 건강도 취약하다. 직장밖에 몰라 황혼 이혼과 가족해체 등으로 사랑도 잃어버렸다. 취업 못한 자식 덕도 볼 수가 없고, 자식이 취업해도 부모가 육아를 맡아줘야 하기에 손주 보느라 여가시간도 없다.

인생의 모든 시간은 구간별로 공평하게 중요한데, 소년·청년 시절만 황금이고 중년 이후의 시간은 분뇨(糞尿) 취급한다면 앞으로 한국의 미래사회는 건강하게 굴러 갈 수 없게 될 것이다.

72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들은 고등교육을 받은 비율이 높고 자아실현 의지도 강해 앞으로 사회 흐름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경제학자들은 이들이 특히 정치적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어 미구에 정년제도가 없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에 따른 각종 시스템이 뿌리를 내릴 때까지 상당 기간 동안 은퇴는 이들에게 엄혹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부분이 급격한 변화 앞에서 은퇴생활에 대한 준비가 허술한 상황이다. 우리 사회가 직장생활에만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데다, 은퇴를 인생의 퇴장기쯤으로 치부하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은퇴를 생애 최고의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이들 앞에 펼쳐질 삶은 천가지 차이와 만 가지 사례로 그야말로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평균이 늘어났다지만 각자 수명도 다르고, 경제적, 사회적 처한 현실도 다르다. 천석꾼은 천가지 고민, 만석꾼은 만 가지 고뇌로 전전반측(轉轉反側)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연구 조사는 우리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인생 2막' 준비의 기본은 '재무적 준비'가 아니며, 돈 준비보다는 가족관계의 재정립,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설정 등 '비재무적 준비'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인생이 길어지고 쓸 돈이 없어질 것을 우려해 경제적 문제에만 매달리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는 얘기다.

주자 선생도 오늘날 환생했다면 이렇게 말을 바꾸지 않을까 싶다.

"의료기술과 보건위생의 수혜로 수명이 크게 늘어나 인간사 모든 게 변했으니, 소년 시절 뿐만 아니라 나이 들어 죽을 때까지 배우고, 친구 사귀고 환경에 열심히 적응하라".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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