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여기가 무너지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인도 등 신흥국에만 재앙이 되는 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최근 홍콩에서 국제물을 취급하는 채권딜러들이 교감하는 새로운 화두는 미국채 단기물 금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장기물 금리 급등세에 이어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연 3.00%를 넘어선 데 전율을 느끼고 있지만, 정작 2~3년짜리의 단기금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 다시 패닉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보다 포워드 가이던스의 의미를 되새겨라= 미국의 양적완화가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확산됐다. 이 때문에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올해 5월1일 연 1.6147%로 역사점 저점을 확인한 뒤 지난 주말 장중 한 때 3.0081%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미 연준이 세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QE3)의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것이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 추이>



올해 상반기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반 랠리를 이끌어온 원동력은 세차례에 걸친 양적완화(QE3)도 있지만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의 역할도 중요했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한 배경을 살펴보면 이제부터 단기물 금리의 추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제로금리로 만들어도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세차례 걸처 양적완화에 나서는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거듭된 양적 완화에도 시장은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시장은 이것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지 의구심을 품었기 때문이다. 연준은 양적완화에도 시장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급기야 포워드 가이던스라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하너 더 들고 나왔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의 미래 정책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조치를 일컫는다. 중앙은행이 미래 어떤 시점까지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예측 가능성을 높여 시장에 특정한 행동이 나타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미 연준은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미국의 실업률이 6.5%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인플레이션 기대치가 2.5%를 넘지 않으면 2015년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 정책의 본질은 상당기간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강화해서 미래의 유동성을 미리 당겨쓰는 효과에 있다.

미래의 유동성을 미리 당겨 쓴 효과는 시장에 선반영돼 올해 초반 글로벌 금융시장의랠리를 주도했다. 정량적 평가는 어렵지만 양적완화보다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시장 참가자들에 준 심리적 안정효과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테이퍼링보다 단기물 움직임부터 살펴라= 양적완화의 조기 축소로글로벌 금융시장의 과도한 유동성이 마를 것이라는 우려는장기 금리에는 선반영됐다. 하지만 2015년까지 단기금리는 크게 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등으로 단기금리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포워드 가이던스 덕분이다.이런 인식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는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스프레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시장 참여자들이 세이프헤븐인 단기물 쪽으로 피신해 있다. 아직은 2년 뒤까지 큰 무리 없이 캐리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다.







<미국채 2년-10년물 스프레드 추이>



그러나 테이퍼링이 가시화되는 등 유동성 파티의 끝물에서 2년뒤 먹거리까지미리 당겨 썼다는 점을 시장 참가자들이 보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가 변하면 단기물도 장기물과 스프레드를 좁히며 급등세를 보일 수 있다.

테이퍼링이 아니라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태까지 가장 성공적인 중앙은행 정책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포워드 가이던스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재앙이 될 수 있다. 모든 작용은 반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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