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하루는 호암(湖巖) 이병철에게 지인이 찾아와 물었다. 앞으로 무슨 장사를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겠는가. 모든 사업에서 승승장구한 거부(巨富) 호암은 '의식주'와 관련 있는 장사를 하라고 사업비밀 한 조각을 귀띔해줬다.

호암 자신은 삼성상회(三星商會)를 설립해 먹는 장사인 국수 뽑는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고, 이후에 설탕과 조미료를 만드는 제일제당, 겨울에도 따듯한 천을 만드는 제일모직을 차례로 설립해 의식주와 관련한 사업 노하우를 실행에 옮겨 큰 성공을 거뒀다. 이런 1차 산업군들은 개발연대 초기의 정부 지원 등에 편승해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데도 크게 이바지했다. 이른바 사업보국(事業報國)이었다.

2세인 이건희 회장은 선대의 1차산업에만 머물지 않고 삼성반도체를 시작해 제2 창업을 주도했다. 물론 반도체산업은 호암이 씨를 뿌렸지만, 본격적인 투자와 혁신을 통해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의 IT 기업으로 키운 공은 2세의 모험과 도전정신이 주효했다.

3세인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는 이제 무엇으로 선대의 성과를 이어갈까. 이는 삼성의 고민이자, 전체 국민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삼성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 개별 기업의 문제만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이재용이 이끄는 삼성의 미래에 첫 시험대가 될만한 상품인 스마트워치인 갤럭시 '기어'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에서 뜨겁다. 새 상품을 통해 또 한 번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이은 공전의 히트가 가능할까.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의 흑자를 견인하고, 국내외 직간접적인 고용창출에 기여할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까.

최근 경영·미래학자에게 '무슨 장사가 유망한가'라고 질문하면, '인간의 움직이는 몸 주위의 3 미터 이내에 있는 도구와 물건'이라고 충고한다고 한다. 침실, 거실, 화장실, 사무실 등 활동 및 이동 공간에서 인간의 몸에서 3 미터 이내에 놓인 물건들, 또는 이미 몸에 휴대하는 기기의 혁신에 기업의 미래가 달렸다는 얘기다. 인류가 동물과 구분되는 중요한 특징은 도구를 제작하여 사용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다양한 도구를 제작해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새롭게 개선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나아가 자신의 삶의 방식까지도 변화시킨다. 그래서 벤저민 프랭클린(B. Franklin)은 인간을 '도구를 제작하는 동물(a toolmaking animal)'로 규정했다.

삼성은 갤럭시 기어를 전격적으로 애플의 아이워치(iwatch)보다 먼저 출시해 그동안의 '추종자( follower)' 이미지를 벗어나 '시장 주도자(Leader)' 또는 '창조자(Creator)'라는 인상을 소비자에게 강하게 심겠다는 계획이다.

갤럭시 기어가 인류에게 손목시계 이후 손목을 장식하는 가장 유용한 기기가 될 수 있을지, 이른바 시장 판도를 바꾸는 이른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되는 단초를 제시할지, 3세 이재용 삼성호의 '베팅' 결과가 주목된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