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슈퍼 엔고와 현대차
<이장원의 국제금융전망대> 슈퍼 엔고와 현대차
  • 승인 2012.02.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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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 엔화 약세가 국제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엔화는 美달러에 대해 지난 11월 75.31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7일 현재 엔화는 79.50엔까지 내려가 1달러당 80엔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엔화가 (달러에 대해) 올해 안으로 100엔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자리 잡았던 '슈퍼 엔고'가 끝물에 들어섰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이 엔고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은 양적 완화의 강도를 높였고 재무성은 75엔 위로 엔화가 오르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슈퍼 엔고가 일본에 남긴 상처는 매우 깊다. 일본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해 2조4천927억엔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31년만에 처음으로 경험한 무역적자다. 일본을 대표하는 도요타자동차는 엔고에 휘말려 작년 상반기(4~9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1년 4월부터 12월까지 3개 분기에 기록한 영업이익은 72%나 급감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엘피다는 파산 위기에 처했다. 엔고가 남긴 후유증이다.



# 1국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무역적자가 오래되면 다시 통화가 약세로 전환한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이론이다. 중국이 수출 경쟁력 보호를 위해 위안화 환율 절상을 꺼리는 이유도 이 이론에 기초한다. 이론적으로 보면 일본의 무역적자는 슈퍼 엔고가 종착역에 도달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게 엔화가 약세로 전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본의 환율 대책이 강력한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BOJ의 양적 완화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속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외환시장 개입은 국제 공조가 있어야만 효력을 발휘한다.

일본은 드러나지 않게 시장에 개입하는 '스텔스 개입' 전략을 썼지만 엔고를 저지하는 데 효력은 있어도 엔화를 약세로 유도할 정도의 파괴력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 엔화 약세가 추세로 자리 잡으려면 캐리 트레이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저금리인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것이 엔 캐리 트레이드다. 그러나 지금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조성될 만한 여건은 아니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저금리 체제에 있기 때문이다. 엔화로 자금을 빌리나 달러로 자금을 빌리나 매한가지라는 얘기다.

기대를 걸어볼 만한 변수는 있다. 최근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린 그리스 문제는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변수가 안정된다면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금융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안정은 캐리 트레이드가 실행되기 위한 제1의 선결 조건이다.

최근 엔화 약세는 무역적자와 당국의 개입 등 일본 내부의 원인도 있지만 미국 경제의 회복과 국제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외부 요인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걸려 있는 올해 미국 경제가 기조적인 회복세를 보인다면 엔화 약세는 추세의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엔 캐리 트레이드에 손을 댈 수 있다.



#엔화 약세는 우리 정부와 업계에 큰 골칫거리다. 우리 외환 당국은 엔화 약세가 달갑지 않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될 수 있어서다. 3년 만에 최대 폭의 무역적자(1월)를 기록한 우리 경제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원화도 엔화 따라 약세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원화 약세를 유도할 겨를이 없다. 물가 문제 때문이다. 100달러를 넘는 국제유가도 부담이다. 이란 핵 문제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 때문에 고유가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가 물가와 수출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 현대차는 작년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선전을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품질 개선과 해외 시장 개척 노력이 꽃봉오리를 터뜨린 셈이다. 그러나, 일본 자동차 업체가 각종 악재로 허둥대는 사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시각도 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부품공급선 마비와 태국 홍수로 인한 생산 차질, 슈퍼 엔고 등 일본 차 업계는 1년 내내 악재를 달고 살았다. 역으로 현대차에는 1년 내내 호재였다.

그러나 올해 글로벌 환경은 다르다. 슈퍼 엔고가 전환점에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고 도요타차는 '절치부심'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엔화가 약세로 가는 것과 달리 한국 원화는 요즘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진정한 시험대를 만났다. 글로벌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을 때도 일본 차와 경쟁에서 이기는 저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국제경제부장)

jang7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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