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응답하라 2013년
<최기억 칼럼> 응답하라 2013년
  • 승인 2013.12.3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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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희망이 있으면 견디고 산다. 끝없는 나락에서 헤매더라도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기대가 남아 있을 때 인간은 참을 수 있지만, 실낱같은 마지막 희망의 빛이 꺼졌다고 확신하는 순간 무릎을 꿇는다. 그곳은 절망의 스산한 바람이 부는 무덤이다. 희망을 버린 순간 그가 세웠던 모든 원대한 계획과 아름다운 꿈은 물거품으로 사라진다.

결국, 사람에게 문제는 희망인 것이다.

2013년 올해 송년회나 망년회 자리에서 유난히 '잊어버리자',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등의 건배사가 많았다. 그만큼 한 해 동안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삶이 팍팍했다는 얘기다.

올해는 대외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없이 지속할 것 같았던 글로벌 통화 팽창이라는 거대한 전차의 바퀴가 언제 멈춰 서느냐에 채권업계 외환업계 종사자들이 일희일비했다. 연말에야 가까스로 '테이퍼링'이 시작됐지만, 시장은 한해 내내 크게 출렁거렸고, 자신의 것이든 위탁받은 자산이든 이를 관리하는 이들의 가슴을 숯검정처럼 새까맣게 타들어가게 했다.

특히 증권 및 운용업계는 수수료 하락과 빠져나간 고객들로 말미암아 빙하시대보다 더 심한 추위를 겪었고, 애로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많은 동료가 '구조조정', '슬림화', '아웃 소싱'이라는 이름으로 업계를 떠났고, 남은 자들도 자신이 속한 조직의 자산에 대한 위험관리의 어려움 못지않게 자신과 가족의 '밥그릇'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몸을 떨었다. 업계의 무한 경쟁과 홀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했고, 그러면서 지쳐가고 '산다는 게 뭘까'하는 마음의 공허와 고독은 깊어갔다. 절망의 그림자는 크고 두텁게 감싸고 가장으로써 매일 힘든 삶에 지쳐 가족의 삶을 살피고 위로할 틈조차 내지 못했다.

많은 이들은 올해가 IMF 위기, 국제금융 위기 못지않게 올해가 힘든 해였다는 점을 먼 훗날 회고할 것 같다. 각자 겪은 고충과 애로를 그 어디에서도 맘 놓고 하소연할 수가 없었던 때도 많았다. 힘든 만큼 기억은 강렬해지는 만큼 시간이 흐른 이후에 그 누군가에 의해서 2013년이 '응답하라'는 추억의 신호를 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밤이 깊으면 새벽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아무리 시간이 엄혹했다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서로에 대한 사랑을 저버릴 수는 없다. 산과 들, 강가에 서 있는 나무를 보면 아무리 추운 겨울 속에서도 다음 해에 피울 꽃봉오리를 가지 끝마다 매달고 있다. 아직은 두터운 외피에 싸여 있거나 솜털로 덮인 작은 꽃망울이지만, 언젠가 봄은 오고, 따듯해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화려한 꽃송이를 피워낼 것이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독일의 여류 시인 힐데 도민(Hilde Domin)은 이렇게 노래했다.

"지치고 피곤해지지 않기를/대신에 소망을 작은 새처럼/가만히 조용히 손에 담고 가기를".

새해도 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피곤하고 주저앉고 싶은 때도 잦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희망을 간직한 채 함께 걸어가기를 소망해 본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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