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의 경제체질이 다른 신흥국과 달라 미국의 '테이퍼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유효한가.

정초부터 벌어진 외국인들의 주식, 국채선물 시장 이탈은 일시적 현상인가.

정답은 물론 아무도 모른다. FRB 의장조차도 미래 환경이 바뀌면 테이퍼링의 속도와 규모가 어떻게 될지 '똑 까놓고'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향후 시장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은 외환시장이 진원지다. 작년 말까지 서울환시에는 경상흑자에 기댄 달러 '숏 플레이'가 거셌지만, 정초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환율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엔저와 원고로 대표되는 환율 우려 속에 향후 외국인의 대응 방향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달러-원은 이제 아래쪽뿐만 아니라 위쪽도 크게 뚫려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원화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하이에나들의 목표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외환 당국은 올 한해 테이퍼링이 진행되는 동안 각종 거시지표의 관리에 긴장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대외 균형 관리가 중요하다. '작고 완전히 개방된 한국 경제'는 환율이 불안하면 다른 모든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실물은 직격탄을 맞는다.

화폐경제학자 돈 부쉬(Dorn Busch)는 '환율'이란 한 나라 경제의 총합이라고 정의했다. 현재 환율의 수준은 무역과 자본 흐름을 포함한 거시경제 지표는 물론이고, 정치, 외교, 군사, 사회 등의 현상이 총 망라된 융합된 용광로라는 얘기다.

주가와 금리는 비교적 한 국가 안에서만 벌어지는 국지적 현상이지만, 환율은 국경 없이 실시간으로 범지구적으로 연동한다. 이 환율은 또 거꾸로 각국에 가장 중요한 경제변수로도 작용한다. 화폐가격과 실물이 서로 물고 물려 있는 셈이다.

2013년을 그럭저럭 선방하며 넘겼던 신흥국의 통화들이 새해 들어 여기저기서 큰 출렁거림과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정초부터 터키 리라화가 사상 최저치로 평가절하 상태로 돌입했다. 통상 1.60을 유지하던 달러-리라 환율은 2.17까지 급등하며 이른바 취약 통화로 주목받고 있다. 발 빠른 골드만삭스는 터키 리라화 대 달러가 1년 내 현 수준의 15% 추가 절상된 2.50으로 전망된다는 으스스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이머징 통화로 분류되는 남아공의 란드(Rand), 인도네시아 루피아 등에도 근심의 눈길이 쏠린다. 베트남, 미얀마 등의 아시아 취약 통화에는 이미 글로벌 IB들이 투자 직전에 태환성 점검을 요하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들이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냥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0년물 미국 국채가 2.99%로 3% 심리적 지지선을 두고 좁은 폭 공방 중이고, 한편 실업률 하락 소식에 스페인 10년물 국채 3.93% 기록해 금융위기 당시 12%까지 치솟던 바와 비교하면 상전벽해가 됐다. 유럽과 미국은 회복징후를 보이며 신흥국의 어수선함과 대비되고 있어 이제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나설 여유가 생기고 있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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