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빵'과 '돈'의 불균형
<최기억 칼럼> '빵'과 '돈'의 불균형
  • 승인 2014.02.1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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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 김수환 추기경의 일화= 1964년 초반, 지적욕구에 충만하던 젊은 김수환은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신학 공부에 매진했다. 박사학위 지도 교수는 당시 명성을 날리던 교의신학자 요지프 라칭거. 후에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된 인물이다. 김수환은 결국 지옥처럼 깐깐한 박사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는 귀국 후 47세 최연소로 한국 가톨릭의 추기경에 서품되면서 스승이었던 라칭거 보다 먼저 추기경에 서임됐다. 70년대 초에 김 추기경은 독일을 자주 방문했다. 그 때마다 비싼 호텔을 마다하고, 병원 봉사하는 수녀들이 이용하는 거친 잠자리에서 숙식을 같이했다. 당시 독일 교회 지도자들의 호화롭고 사치스런 생활에 비판적이었던 국영텔레비전 ZDF는 김수환 추기경의 가난하고 청빈한 생활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궁전없는 추기경'을 제작해 독일 전역에 방송했다. 예컨대 당시 베니딕토 16세가 추기경으로 있던 뭔헨의 프라이징 대교구장의 관저는 예전 홀른슈타인 궁전과 부속건물이었다.

# 가난한 사람의 친구들= 가톨릭계에서는 최근 세상의 변화가 어떠한지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에서 잘 나타났다고 말한다. 전임 베네딕토 교황은 역사상 처음으로 생존시에 교황 자리를 아르헨티나 예수회 출신의 후임 교황에게 양위했다. 당초 바티칸은 새 추기경을 유럽이 아닌 브라질과 미국에서 찾았으나 투표에 참가한 각국 추기경들이 1차, 2차 낙점에서 이 지역을 배제하고 아르헨티나 예수회 소속의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들'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택했다. 그는 추기경 신분임에도 승용차를 타지 않고, 왕방울만한 순금 반지를 버리고,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하는 인물이었다. 교황에 취임한 이후 첫 생일 식탁도 거리의 노숙자와 동반한 개를 초청해 단촐하게 식사를 했다.

# '빵'과 '돈'의 불균형= 빵 문제는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빵은 오늘날 '집'과 '옷'과 함께 광의의 돈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베네딕토 교황은 예수가 광야에서 40일을 보낸 이후 악마가 마지막으로 "돌을 빵으로 만들어 신(神)임을 증명해보라"고 유혹하는 대목을 설명한다. 오늘날의 빵(富,돈) 문제는 불균형이 이슈다. 그는 인간 세상에서 모두가 나누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세가지 본질적 전제가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먼저 사람들이 먼저 올바른 삶을 찾아 겟세마니 동산에 올라하고, 둘째 빵을 달라는 간절한 기도가 필요하며, 셋째 사람들이 빵을 나누려는 마음을 먼저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가난과 굶주림에 대한 불균형의 시정은 중요하며, 다만 이는 올바른 맥락과 질서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가진 자들이 가난한 자와 나누는 일은 순전히 기술적이고 물질적인 원칙에만 의거하는 것이 아니어야 하고 윤리적, 사회적 문제들을 외면하면 실제로는 빵 대신 돌을 나누는 일이 벌어진다고 경고한다.

# 교황, 한국 자본주의에 조언할까= 베네딕토 교황에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도 교회는 길가에 자리 잡은 더럽고, 상처 입고, 부서진 교회여야 한다고 말했다. 새 교황이 한국의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위)에 대한 시복을 승인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한국의 순교자들이 목숨 걸고 지키려한 것이 무엇이던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돈과 빵이 아니라 신분제도를 넘어선 이웃 사랑과 나눔과 자유가 아니었을까. 8월에 방한 예정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60년 된 한국의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부의 불균형'에 대해 어떤 성찰과 조언을 해줄지 기대된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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