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보수적인 공사수주 전략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자랑하는 대림산업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5천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이 물린 경기도 오산 세마지구가 문제의 사업장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탓에 이미 수천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와 신용평가업계 등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대림산업의 미착공PF 잔액은 9천290억원에 달했다.

◇ 오산 세마 지구는 어떤 곳

이 가운데 오산세마 2·3차 사업장에만 5천440억원이 잡혀있다. 케이엘오산제일차와 케이씨제일차 등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대규모로 조달했다. 만기는 오는 7월이다.

지난 2010년 1월 입주한 1천646세대의 오산세마 e편한세상 1차 인근에 들어설 2·3차 사업장(양산동 580번지)은 대림산업이 5천361세대를 목표로 지난 2006년부터 추진중인 곳이다. 물량모두 일반분양분이다. 대림산업은 오는 2016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는 등 기존계획보다 수년이상 지연되고 있다.

시행사 부도로 대림산업은 지난 2011년 사업규모 7천360억원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를 자체사업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대림산업은 19% 지분을 가지고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PFV)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림산업은 아파트 부지를 포함한 면적 약 82만㎡에 SM엔터테인먼트의 스튜디오와 국제학교를 건립하는 등 K-팝 한류문화단지도 계획했다.

◇ 예고된 사업 난항…내년 착공 불가능

그러나 사업추진은 난항을 겪고 있다. 문화재청이 개발부지에 대한 문화재 현상변경을 불허하면서, 작년 8월 대림산업이 지구단위계획 제안서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대림산업이 새로운 지구단위계획 제안서를 오산시에 제출했지만, 관련 내용이 미흡해 사업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지구단위계획은 사업승인 또는 건축허가 등이 있기전의 사전절차다.

오산시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가 사업에서 빠지는 등 기존 계획이 어긋난 상태에서, 제안설명서 내용이 크게 부족하다"며 "반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만 2년정도 걸리기 때문에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고는 말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 예고된 수천억 적자…반영시점 저울질

이에 따라 증권업계와 신용평가업계는 대림산업이 오산세마에서만 수천억원의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해당 지역 부동산 경기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분양가격을 계획보다 올려받을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사업장에서 가장 가까운 오산세마 e편한세상 1차의 시세는 4년전 분양가에서 오히려 내린 3.3㎡당 750만원~84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트렌드에 맞게 시세와 비슷하게 분양가격을 책정할 경우에는 최소 1천억원이 넘는 사업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오산이 위치한 경기 남부지역의 PF손실은 사업규모의 17.9% 정도로 추정됐다. 단순대입하면 1천310억원 수준이다.

게다가 현 상황처럼 착공시점이 기약없이 밀리게 되면서 금융비용은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반등여부가 불확실한 부동산 상황에 속절없이 놓이게 됐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오산세마는 수천억원의 적자를 깔고 시작하는 사업"이라며 "미착공PF을 올해 미리 반영할지, 착공전환되는 내후년 이후에 인식할지는 모르지만, 대규모 손실은 예정됐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5천세대 전부를 전용 84㎡ 이하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또 분양시장 상황을 봐서 2~3차례 나눠 분양하는 것도 고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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