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의 수요라운지> 금융당국 제재 '기분 따라'
<김경훈의 수요라운지> 금융당국 제재 '기분 따라'
  • 승인 2014.03.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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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보안사고와 횡령 등 금융권 안팎의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금융당국의 제재 빈도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사고에 대한 적합한 처벌과 추후 사고 예방 차원에서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에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일각에서 지적하는 절차상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제재 대상이 자신을 방어하고 변론할 수 있는 장치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독립적인 행정심판관제도의 운영을 통해 행정제재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와 감독원의 제재에 대해 당사자가 변론할 기회가 적다는 의미다.

일례로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일 KT가 5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 명령을 내린 경우를 들 수 있다. 최상위 신용등급 `AAA'의 KT 회사채가 수요예측까지 실시해 투자자와 발행금리까지 확정한 상황에서 발행 자체를 취소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KT가 홈페이지 해킹을 당하면서 981만8천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신용카드번호와 카드유효기간 등 주요 정보까지 새나간 것을 감안한 금융감독원의 조치다. KT가 정정신고에 따라 새로 증권신고서를 작성해도 이번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된 것이어서 `괘심죄와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이 사안이 법원의 민사소송 판결이었더라면 변호인단의 변론과 재심청구 소송도 가능했을 일이지만 제재 당사자인 KT가 변명하거나 설명할 기회는 공식적으로 없다. 엄밀히 따지면 보안과 관련한 사고를 낸 것과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적법성과는 직접 연관이 없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이미 제재의 칼은 이와 관계없이 내려진 뒤다.

당국의 제재가 때론 `솜방망이'라는 지적도 받지만, 이처럼 반대로 당사자의 해명과정 없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보니 제재의 일관성도 없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6년간 금융회사 IT부문 검사를 실시하면서 약 100건에 달하는 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지만 모두 기관주의 등 경징계를 내린데 그치다가, 국민.롯데.농협카드 정보유출 사태가 터지자 임직원 중징계부터 각종 고강도 처벌의 칼을 빼들었다.

진작에 했어야 할 감독활동을 소홀히 한 측면도 있겠지만 감독당국의 기분과 상황 변화에 따라 `탄력적' 처벌을 받는 금융기관들의 처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자본시장법상의 규제의 효율화를 위해서라도 행정적 제재 수단의 공정한 집행과 더불어 제재상대방의 방어기회를 위한 준사법적 절차과정은 필수적이다.

(산업증권부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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