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2014년 봄,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집값 바닥론'이 어느 때보다도 견고하다. 거래량이 늘었고 호가가 튀었다. 그러나 이는 일부 실수요자가 움직인 것에 불과할 뿐이며 집값은 여전히 바닥으로 향해 가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연합인포맥스가 31일 서울의 주요 아파트 20개 단지의 반기별 가격 추이를 살펴본 결과, 대형면적에서는 40%이상 가격이 내린 곳이 있었지만 중소형 면적은 집값 조정폭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집값 바닥론자들은 우리나라 집값이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미국만큼 많이 하락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주택가격이 고점대비 30%이상 빠진 수준에서 본격적으로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스페인, 호주 등의 부동산 시장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투기적 자산인 재건축 아파트와 대형면적에는 일정부분 들어맞는 것으로 진단됐다.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채, 투기 광풍에 연일 가격이 뛰어올랐던 곳들은 속절없이 가격이 빠지고 있다.

재건축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59㎡는 8억5천만원에서 5억6천500만원으로 33.5% 빠졌다. 일반 아파트인 관악구 봉천동 관악현대 116㎡은 6억4천에서 4억1천만원으로 35.9%,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 1·2차 134㎡는 7억5천만원에서 5억500만원으로 32.7% 내렸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3단지 153㎡은 20억5천만원에서 11억4천만원으로 44.5%나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중소형 면적중에서도 입지적 요인이 나름 탄탄한 곳은 가격 조정폭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현 시점에서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는 곳도 있다.

광진구 구의동 현대프라임 59㎡는 시세 4억2천500만원이 고점이다. 성동구 행당동 대림 59㎡도 3억7천만원으로 지난 2008년 최고가를 회복했고,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 59㎡ 시세는 3억4천만원으로 지난 2008년 상반기 고점에서 5.5% 내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지방의 분위기가 최근 몇년간 반대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수도권과 서울 내에서도 입지적 특성에 따라 가격 차이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집값 대세상승장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선일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주택가격이 최고 70% 상승했다가 금융위기 이후 고점대비 33%까지 떨어진후 회복중이다"며 "우리나라 수도권은 160% 상승했지만 9.2% 하락한 상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자산이 부동산에 집중된 것을 고려하더라고 집값 수준이 너무 높다고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업체 마케팅실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시장이 대세하향기임은 분명하지만, 분양시장이나 매매시장이 스팟(SPOT)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며 "같은 지역에서도 입지에 따라 분양이 잘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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