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외환당국이 '끌어올리기식' 개입에 이어 연기금까지 동원해 환율 하락 방어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달러화 1,020원대 유지 기간이 길어진데다 연기금 동원 매수 가능성마저 불거지면서 당국개입 경계심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26일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이 '끌어올리기식' 매수 개입에 이어 연기금을 동원해 달러 매수에 나선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 개입 물량 이외에 국민연금 등이 달러 매수에 나서면 달러화 하단이 막히면서 월말 네고물량이 어느 정도 소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A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거래량이 줄면서 개입 물량을 받는 은행들만 적극적으로 거래할 뿐 전반적으로 포지션플레이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외환당국이 연기금을 동원해 달러를 매수했다는 관측도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당국의 1,020원선 수성 의지가 확고한 만큼 월말 장세에도 쉽게 내주지는 않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B외은지점의 다른 한 외환딜러도 "지난주 연기금을 동원해서 7억~8억 달러 정도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많았음에도 숏플레이에 나서는 세력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당국이 역외NDF매수를 유발할 만한 리스크 요인이 나올 때까지 버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화는 1,020원대에서 14거래일째 레인지 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직전에 1,030원대에서 16거래일간 레벨을 유지한 점을 고려할 때 하락 압력은 누그러졌다.

환시 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이 달러화 반등을 유도하기보다 1,020원대에 머무는 기간을 유지하려는 '기간 조정' 성격으로 풀이했다. 즉, 개입 강도를높여 확실하게 시그널을 줌으로써 달러화 1,000원선까지의 가파른 하락을 막고, 매도 심리가 완화될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이다.

환시 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이 이런 개입 전략으로 오는 6월초까지는 충분히 지지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 개입 부담이 커질수록 포지션플레이가 약해지면서 역내 수급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2차례 고강도 개입에 나선 이후로는 조금만 스무딩 오퍼레이션이 나와도 숏커버가 유발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달러화가 6ㆍ4 지방선거 때까지 1,020원선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C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지난주에 장막판 한 외은지점이 뜯어 올리기식으로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당국의 종가관리로 인식됐다"며 "월말까지도 외환당국이 달러화 하락을 틀어막을 가능성이 커 달러화가 1,020원대에서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