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종혁 기자 = 건설사들이 담합 과징금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선처를 호소한 것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적 저하로 고생하는 건설사의 경우 대규모 과징금 납부가 현금 흐름까지 안 좋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사 CEO들은 지난 20일 노대래 공정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부과된 과징금 납부 부담에 대해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를 마친 노 위원장은 "건설사들이 담합 적발로 해외수주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와 과징금 부담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 과징금 얼마나 부담되나…3년간 4천억

공정위가 올해 초 담합 적발로 건설사에 물린 과징금이 2천629억원에 달했다.

지난 2월 인천도시철도 2호선 턴키공사 입찰 관련 21개 건설사에 1천323억원을 부과한데 이어 4월에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 입찰 참가 관련 16개 건설사에 402억원, 경인운하사업 관련해서도 9개 건설사에 904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2012년의 4대강(1천111억원)과 2013년의 광주 하수처리장(66억원) 담합 적발까지 합하면 총 3천767억원에 달한다.

◇ 문제는 건설사들 실적 저하…현금 흐름 좋지 않아

문제는 건설사들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현금 흐름이 썩 좋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작년 10대 건설사는 해외공사 현장과 국내 주택현장의 손실 반영으로 4천4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채권시장의 우려로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도 막혔기 때문에 결국 GS건설 등은 대주주가 참여하는 대형 유상증자에 나서기도 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업계 부과된 과징금 2천600억원은 건설사들이 2조6천억원짜리 프로젝트에서 10%나 되는 이익을 남겼을 경우에 해당되는 큰 금액"이라며 "이는 최근 해외 플랜트 손실률을 봤을 때 엄청난 규모"라고 말했다.

◇ 대가 치르겠다…업계 사정도 고려를

건설업계는 공정위 눈치를 보고 있다. 현 상황에서 추가 담합 사건이 적발돼 과징금이 더 무거워진다면 예기치 않은 현금 유출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은 "과징금 때문에 유동성 위기를 겪는다고 말할 수 없지만 한꺼번에 현금을 납부해야하는 것은 부담된다"며 "분할 납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부에서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 경찰인 공정위가 건설업계 사정을 봐주려고 해도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과 시민단체의 반발 탓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경실련은 "건설업계의 이익을 위해 불법에 관용을 베푸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법치주의, 비정상의 정상화에 부합하는 것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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