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채권시장 참가자들은 4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확신하고, 앞으로 정책 선제 안내에 대해서도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대내외 여건이 상당히 복잡하게 흘러가면서 앞날이 상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으로 무게중심을 뒀다간 갑작스러운 상황변화에 곤욕을 치를 수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5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 수준으로 내다봤는데, 지난 20년간 평균 3.8%를 밑도는 낮은 수치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에 안 좋은 소식이다. 이미 시장금리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수준을 보인다. 7일 만기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가 기준금리 목표치 연 3.50%를 밑도는 데다 국고채 3년 금리도 연 3.2%대에서 거래되는 상황이다.


최근 은행 가계대출 및 기업자금 조달
2023년 1월과 2월에만 주담대 증가세가 주춤했다. 출처 : 한국은행



그렇지만 금통위가 성장에 베팅하는 채권시장 장단에 완전히 맞출 수도 없다. 물가는 오름폭이 둔화하고 있지만 최근 주요 산유국의 감산에 따른 원자재발 상승압력을 더 지켜봐야 한다. 여기에여전히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대로 빠르게 돌아가는 것은 불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촉발된 금융 불안으로 금리를 더 인상할 처지는 아니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앞으로 한 차례 정도 더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이제 세계적인 긴축기조는 마무리 국면으로 봐도 무방할 거 같다. 결국 작년 하반기 기록했던 고점에서 내려온 시장금리는 대출금리를 끌어내리는 결과를 낳고, 이는 경제 전반에 미치는 금융 긴축의 강도를 상쇄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가계대출총액의 전년비 증가율(%) 추이(8282화면)
가계대출총액 증가율(주황 막대), 기준금리(파랑선), 예금은행 대출금리(빨강 점선) 출처 : 연합인포맥스 8282화면



여기에 금융당국이 이자 장사로 수조 원씩 벌어들이는 은행권에 예대금리 압박을 하는 효과도 가세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전세대출은 기준금리 목표치보다 낮은 연 3.41%를 보였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마찬가지다. 연합인포맥스의 은행별 대출 추이(4381화면)에 따르면 3년 전 2.8% 수준이던 분할상환방식의 주담대 평균 금리는 작년 말 5.5%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5% 선으로 내려섰다. 일부 인터넷은행의 경우 4.3%대도 있다. 이 결과 최근 주담대는 다시 증가했다. 한은이 집계한 3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규모는 신용대출 감소로 전월보다 7천억원이 줄었지만, 주담대는 아파트 매매 증가와 특례보금자리론 등으로 한 달간 2조3천억원이 늘어났다. 1년 전 같은 달 2조1천억원 증가보다 더 크다.


6개국의 지난 50년간 GDP대비 가계부채 비중
미국과 일본, 영국은 2008년(녹색막대) 후 우하향을 보였으나, 한국(빨강)과 중국(노랑), 스위스(청록)은 계속 우상향이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8282화면



이쯤에서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짚어봐야 한다. 최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권인 105% 수준이며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전세보증금을 포함할 경우 157%로 압도적 1위가 된다는 추정 보고서가 나왔다. 올해 입주 물량이 많이 대기한 서울 강남구의 전세가가 내려가면서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이 더 깊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가와 금융의 안정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경제 성장은 가능할까. 결국 가계부채라는 고질병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금융 안정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장도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 금통위는 글로벌 정책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는 국면에서 향후 금리 인하가 초래할 파장을 짚어봐야 한다. 한국 경제 전반에 가계부채가 뇌관으로 작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한 견해를 듣고 싶다. (금융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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