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한 5명의 금통위원 중 대다수가 비둘기파적인 경기 인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금통위원은 국내외 경기 상황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한국은행이 민간 소비와 올해 성장률을 낮춘 만큼 이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이 29일 공개한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A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더라도 한은이 자금흐름 개선 노력을 강화해 내수회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고 바람직하다"며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조속히 강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외 경제의 최근 상황과 전망을 종합해 보면 통화정책을 좀 더 완화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이번 달에는 세월호 사고의 영향과 원화절상 등과 같은 리스크 요인을 보다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부분 시장참가자들의 기준금리 컨센서스가 동결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자 인하 기대가 충분히 형성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B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현 2.5%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향후 GDP갭 및 물가갭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고 전망경로의 하방위험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을 확보함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금리인하를 염두에 두고 시기상 조율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C 금통위원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은 최근처럼 불안정하고 미약한 경기회복기에는 다양한 정책수단 선택으로 유연하게 경기회복을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며 회복세 지원에 목소리를 보탰다.

D 금통위원은 "정책당국은 향후 우리 경제의 수출, 내수 및 저물가의 전개 상황을 중점적으로 면밀히 점검하고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가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정책 제시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이들은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가장 먼저 내수 부진을 꼽았다. 7월 금통위 당시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와 함께 민간소비 증가율도 지난번 전망보다 0.8%포인트 낮은 2.3%로 낮췄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잠재성장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까지 터지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가파른 원화절상에 대한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금통위원들은 원화 절상이 우리 경제를 지지하고 있는 견조한 수출을 저해시킬 수 있는 핵심 변수로 꼽았다. 투자와 내수 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범위를 밑돌 가능성이 있는 물가 역시 통화정책을 추가로 완화할 수 있는 환경으로 지목됐다.

다만,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E 금통위원은 "세월호 사고는 일시적인 충격으로 국내경제의 성장경로를 바꿀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시적인 충격과 퍼머넌트 쇼크(permanent shock)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도 올해 초 기상 악화로 성장률이 떨어졌지만, 개선 추세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일시적 충격으로 판단돼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됐다"며 "우리나라 경제도 세월호 영향이 극복되면서 올해 3분기 이후에는 예상성장률이 약간 더 높아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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