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엄재현 기자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24일 기획재정부에 대해 종합감사를 했지만, 최경환 경제팀의 거시 경제 정책을 검증하는 국정감사 본연의 목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의원 질의는 세부적이고 미시적인 접근에 그쳤다.

이날 기재위 소속 의원들의 질의 내용은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와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 관련 문제로 시작됐다. 제일 먼저 질의에 나선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시작으로 야당 의원의 잇따른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부자 감세에 대한 기재부 설명 자료에 대한 기준 논쟁도 재연됐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팀의 거시 경제정책에 대한 지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당 의원의 질의도 대부분 미시적인 문제에 그쳤다. 4년 전의 해외 자원개발에 대한 불가피성이나, 이전 정부에서의 부자 감세 논란에 대한 반박 등 과거 정책에 대한 옹호 발언이 주류를 이뤘다. 최경환 경제팀의 거시 경제정책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수박 겉?기에 그쳤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답변 태도는 국감을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일부 의원이 질의를 마치지 않았는데도 최 부총리가 답변에 나서며 언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최 부총리는 지난주 국감에서도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 태도가 너무 감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의 감정적인 처신과 여야의 미시적 질의로 이날 국감에서 거시 경제 변수의 변화는 드물게 논의됐다.

기재위 국정감사 본연의 업무는 경제팀이 내놓은 거시 경제정책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다. 이미 최경환 부총리를 위시한 경제팀은 지난 100일 동안 상당히 많은 경제정책을 발표한 상황이다. 정책의 빈틈이나 예상되는 부작용,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인지 여부 등 경제 운용방향 전반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했던 시점인 셈이다.

특히, 이날 오전에 발표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하반기 경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전분기 제조업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3분기 수출 역시 전분기대비 2.6% 감소하며 2008년 4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경제의 주요 부문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 셈이다.

하지만, 정작 국회 기재위는 오전과 오후 국감 시간 대부분을 부자 감세에 대한 통계 기준 문제와 해외 자원개발 등 미시적인 문제에 할애했다. 최경환 부총리의 거시정책 기조와 정책의 부작용, 문제점 등에 대한 지적은 일부 의원들의 질의에 국한됐다.

오는 27일 예정된 기재부와 한은에 대한 기재위의 종합 국감에서는 넓은 틀에서의 경제 정책 논의를 기대한다. 최경환 부총리도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거시 경제 정책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의원들 앞에 설명해야 한다. 미시 변수에 묻힌 국감은 사흘이면 충분하다.

jheo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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