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엄재현 기자 =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 간 교차거래(후강퉁)가 시행되며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도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18일 후강퉁 시행으로 우리나라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할 경우 달러-원 환율의 하단 지지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으로의 자금 이동 과정에서 달러화의 수요 압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홍콩거래소는 후강퉁 시행 첫날 장 마감 한 시간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상하이A주 일일 거래한도 130억위안이 모두 소진됐다고 밝혔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개장 전 동시호가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하이A주 일일 거래한도의 절반인 68억위안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17일 15시 32분 송고한 '후강퉁 인기폭발…상하이A주 일일 거래한도 소진(상보)' 제하 기사 참조)

이처럼 후강퉁 시행에 따른 중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이 가시화되며 우리나라 증시에서의 자금 유출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이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일 보고서에서 "밸류에이션과 기업 이익 측면에서 상하이A주와 비교하면 우리 증시의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라며 "후강퉁 시행 후 1~2주 동안은 우리나라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도 지난달 15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후강퉁으로 중국 본토A주가 신흥국 벤치마크에 편입될 수 있다"며 "중국 본토A주가 모두 편입될 경우 MSCI 신흥국 내 한국 비중은 15.9%에서 14.2%로 낮아져 가장 큰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연구원은 "벤치마크 변화를 따라가는 MSCI 추종 신흥국 패시브 자금 규모를 3천600억달러로 가정하면 비중 변화에 따라 (우리 증시에서) 6조원 가량의 외국인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도자금 유출 가능성을주목하는 모습이다. 후강퉁 시행으로 우리나라 증시에서의 자금 이탈이 가시화될 때 서울환시에서 달러 수요 측 압력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후강퉁 시행에 따른 자금 이탈 가능성을 생각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시행 첫날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래 한도가 빠르게 채워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증시나 서울환시로의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증시에서의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관련해 자금 이동 얘기가 나올 경우 서울환시에서 달러화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은행의 외환딜러도 "우리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도가 높은 중국 증시로 자금이 빠져나가면 달러화의 상승 압력이 가중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달러화 상승에 우호적인 재료가 하나 더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후강퉁의 서울환시 여파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자금 유출 우려에도 후강퉁 시행 첫날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C은행의 외환딜러는 "후강퉁 시행 첫날 증시에서 외국인 주식 순매도 규모가 다소 제한됐고, 11월 전체를 놓고 봐도 큰 규모의 주식자금 유출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환시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중기적인 시각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jheo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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