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송금 기간임에도 엔화 약세



(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매년 3월 말은 엔화가 출렁이는 시기지만, 올해는 비교적 잔잔한 흐름을 보이면서 엔화 약세 추세가 장기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 나왔다.

일본 회계연도는 매년 3월 31일에 끝난다. 이때 일본 수출업체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일본으로 송금하면서 엔화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환율 변동폭이 커졌다.

본국 송금과 더불어 외환 당국이 수출업체들이 환율 하락으로 입을 피해를 막으려고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겹치면서 매년 1분기면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있었던 작년 3월은 그 변동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다.

그러나 올해는 과거와 다른 것으로 진단됐다.

다우존스는 29일 칼럼에서 본국 송금으로 이번주 들어 엔화가 달러화에 가파르게 상승하기는 했지만, 일본은행(BOJ)의 통화 완화와 일본 무역수지 악화가 겹쳐 엔화가 이전 이맘때만큼 강세를 보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 일본은 사상 최대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수요 위축과 엔고현상 때문이었다.

일본 정부가 수출업체들을 위해 엔고를 진압하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는 요인도 있다.

일본의 국책 금융기관인 국제협력은행(JBIC)은 지난해 11월 엔고 대책으로 1천300억달러 한도의 융자액을 설정했다.

이는 재무성이 작년 8월 만든 7조7천억엔 규모의 '엔고대응 긴급제도' 중 하나로, 외국환특별회계의 달러 자금을 일부 활용해 시중 은행보다 저금리에 융자함으로써 일본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과 자원ㆍ에너지 확보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엔화를 지지했던 재료의 힘이 약해지면서 점은 최근 엔화 약세를 더욱 굳힐 것으로 전망됐다.

정보제공업체 CQG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1~3월 중 달러-엔의 평균 변동폭은 약 6엔이었다. 이 기간에 엔화는 거의 달러화에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일본 통화 당국의 완화 정책과 무역수지가 외환시장 상황을 바꿔놓았다.

현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는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3월에 엔화가 달러에 대해 큰 폭의 약세를 나타낸 것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시장참가자들은 현재 엔화의 움직임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추세의 변화를 알리는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크리스 페르난데즈 뱅크오브더웨스트 부사장은 부진한 지표가 나온 결과 "달러화를 매도하는 일본 수출업체가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통 일본 회계연도가 마감되면서 달러화 매도 물결이 관측되는데 올해는 그 물량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오펜하이머펀드의 알레시오 드 롱기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화 강세의 주요 요인 중 일부가 힘을 잃었다"며 수출업체들이 엔화 상승에 대비해 더욱 공격적인 헤지를 하고 있으며 일본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는 "현재 수출업체들의 영향력은 이전만 못 하다"며 "일본의 무역 포지션이 구조적인 변화를 거치기 때문에 1분기 엔화 매수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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