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엄재현 기자 = 정부와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긍정적인 측면이 간과된 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만 과민반응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평가했다.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한은, 금융감독원 등은 23일 추경호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명동 은행회관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대한 인식과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최근 국제 시장불안이 국내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응하기로 했다.

또 당국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논의로 단기적으로 신흥시장 전반에 자금유출 등 큰 충격을 주고 있으나 그 영향이 국가별 경제여건에 따라 차별화될 것으로 봤다.



다음은 기재부 등 당국이 23일 내놓은 '양적완화 조기종료 이슈 관련 10문 10답'의 주요 내용.

▲정부의 최근 미국 양적완화 조기종료 이슈에 대한 인식과 향후 대응방향은?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는 상당기간 지속된 초저금리 상황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시장이 양적완화 축소 재료에만 과민반응해서 발생한 것으로 본다.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금융ㆍ외환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게 대응할 것이다.

미국 경기 회복과 함께 우리 경제도 저성장세를 극복할 수 있도록 추가경정예산과 투자 등 정책 패키지를 신속히 추진하고 필요하면 추가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양적완화 조기 종료관련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했으며, 국내외 경제 금융상황 감시를 강화해 금융시장 불안 조짐이 발생하면 신속히 대응할 것이다.

▲우리 주요 금융·외환시장 지표의 변동성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큰 편인지?

--5월부터 미국 양적완화 조기종료 가능성이 제기되며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증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탄탄한 기초 경제 체력에 따라 다른 신흥국에 비해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심각한 수준 아닌지?

--현재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주식시장은 최근 수년간의 유입세가 조정되는 과정이며, 뱅가드 펀드 벤치마크 변경의 기술적 요인과 특정기업 실적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 올해 중 자금 유출 규모는 5월 말 기준 전체 외국인 주식 보유잔액 약 414조원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채권시장은 다른 신흥국과 달리 양호한 기초 경제체력, 신층국 시장과의 차별성 등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속되는 중이다. 장기·안정적 성향을 보이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높은 비중과 상대적으로 낮은 외국인 비중 등을 고려하면 향후 급격한 자금 유출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2008년 금융 위기 시 156조원 유출됐으며, 이를 고려할 때 현재 300조원까지 유출 가능하다고 하는데?

--2008년 말 이후 국내 주식·채권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100조원 규모며, 당해 중 실제 유출된 규모는 45조 원 수준이다. 일부 언론에서 언급된 300조원에는 2008년 이후 유입된 외국인 증권자금과 무관한 약 200조원의 가치 증가분이 포함된 상태다. 또 2008년 이후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 전체를 미국 양적완화 관련 자금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것 아닌지?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대외건전성 등 기초 경제 체력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무디스와 모건스탠리 등 국제 신용평가사와 해외 IB는 양적완화 축소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오히려 미국 경제 회복에 따라 수출 등의 측면에서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는 중이다.

▲최근 CDS 프리미엄, 한국물 가산금리가 상승하고 있는데 국내 외화유동성은 충분한 수준인지?

--양적완화 조기종료 우려로 글로벌 채권 투자심리가 급랭한 상황에서 한국물 외화표시채권 가산금리와 CDS 프리미엄도 최근 상승세다. 향후 시장 전망이 불확실해 채권 투자자와 발행자 모두 관망세를 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해외차입 애로를 단기간 시장변동성 확대에 따른 전환기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으며, 시장 불안심리가 완화되면 해외차입이 원활히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해외투자자들의 한국물에 대한 신뢰가 높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향후 시장상황이 안정되면 차입여건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외평채 CDS 프리미엄 상승폭도 여타 신흥국 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또 국내은행들은 글로벌 차입여건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한 규모의 외화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008년 수준의 금융위기를 가정하더라도 국내 은행들은 3개월 이상 운영 가능한 여유 외화자금을 보유 중이며 외화유동성 비율은 108.3%로 지도비율(85%)을 크게 웃도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또한, 무디스는 한국 은행권에 대해 외화 단기차입비중 감소와 완충자산 증가, 차입처 다변화 등으로 외화유동성에 의미 있는 개선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5월 말 기준외환보유액은 3,281억달러로 단기외채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의 대외안전판으로 충분한 수준이다.

▲최근 환율변동성이 커지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한 것 아닌지?

--버냉키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발언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며 우리 외환시장에 변동성도 확대됐지만,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며 신흥국과 선진국 환율 변동성도 큰폭으로 증가했다.

시장 불안심리가 완화돼 글로벌 금융·외환시장의 조정과정이 마무리되면 환율은 국가별 기초 경제 체력을 반영해 움직일 것이다.

정부는 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따른 자본 유출입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외환시장과 해외자본 흐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장 불안 심리에 따른 쏠림 현상, 변동성 확대를 겨냥한 투기거래 등으로 환율이 급등락하면 시장안정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조만간 거시건전성 조치를 조정할 예정인지?

--주요국 양적완화와 미국 양적완화 조기종료 등으로 해외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과도해 우리 경제 거시건전성 훼손이 크게 우려되면 거시건전성 조치를 탄력적으로 운영? 예정이다.

▲향후 외평채 발행계획은?

--발행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 북한 이슈 및 민간부문 국외채권발행의 벤치마크 설정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 아닌지?

--국제신용평가사는 최근 미국 양적완화 조기종료 이슈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증가가 한국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 13일, 무디스는 신용전망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현행 유지하며 외환보유액, 낮은 외채 등이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내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시 완충장치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외에 건전한 국가재정과 경쟁력 있는 수출부문, 양호한 거시경제 여건 등을 높이 평가하며, 북한 리스크 역시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지난 20일에도 무디스의 한국 국가신용등급 담당자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한국 신용등급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없다고 언급하며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경기 회복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오히려 기회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도 국내 기업의 높은 대외 경쟁력과 차입선 다변화 등으로 수출, 해외차입 여건도 탄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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