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신한은행이 업계 라이벌인 KB국민은행에 번번이 사업기회를 빼앗기고 있다. 지난 6월 나라사랑카드 사업자에 이어 다음카카오-한국투자금융지주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자리까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다음카카오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 참여은행은 시장 예상을 뒤업고 신한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확정됐다.

◇ 인터넷전문은행,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

다음카카오에서 일찍이 신한은행을 파트너로 삼고 싶어했고, 신한은행도 내부적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상태라 시장에서는 신한은행은 다음카카오 진영에 합류하는 것을 확실시했다. 발표 전날까지만 해도 신한은행 내부에서는 '우리가 확실하다'라며 축배를 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국투자금융의 반대로 기류는 급변했다. 한국투자금융은 신한이 컨소시엄에 들어올 경우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와 증권업이 겹칠 것을 우려했고, 다음카카오와의 논의 끝에 KB국민은행과 손잡기로 했다.

그러나 KB금융 역시 금융투자업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한국투자금융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초 국민은행은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물밑작업은 펼쳐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카카오가 참여한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은행간 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국내 모바일 플랫폼 사업의 선두주자로 시장에서는 다음카카오와 손잡는 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승기를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다음카카오 진영의 유력한 경쟁자로 꼽히던 미래에셋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포기하면서 더욱 강력한 후보자가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의 뜻에 따라 국민은행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일을 진행해 왔던 것이 운이 좋았다"며 "컨소시엄 구성이 확정되기도 전에 (신한이) 너무 앞서 나간 것이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했다.

신한은행은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 고위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뿐 아니라 기존 인터넷뱅킹 강화의 투트랙으로 가고 있다"며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위해 크게 노력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 안이한 입찰 전략으로 선점 사업도 빼앗겨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6월 군인공제회의 '나라사랑카드' 금융사업자 선정에서도 국민은행에 고배를 마셨다.

나라사랑카드는 군인전용카드로, 병역의무자가 징병검사 때 발급받아 예비군 임무가 끝날 때까지 각종 여비와 급여를 지급받는 체크카드다. 은행 입장에선 매년 35만명의 입영 대상자를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당시 국민·기업·신한·하나은행 등 4곳이 신청했지만, 국민과 기업은행 두 곳만 선정됐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5년부터 공제회와 '나라사랑카드 구축·운영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신병들의 주거래은행이었으나 2차 사업자선정에서 탈락하게 됐다.

신한은행은 "이미 300만명이 넘는 고객이 있는 상태고 국민은행은 제로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사업자를 신청할 때 초기비용이 다르다. 당연히 KB는 입찰가를 높게 써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탈락 이유를 설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KB사태로 한동안 부진을 면치 못하며 그간 신한은행이 승승장구했었지만 최근 들어 국민은행이 전열을 정비한 후로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j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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