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200원선을 위협하는 등 달러화 강세장이 연출되면서 금융시장의 큰손인 주요 연기금의 환헤지 전략에 금융시장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3대 연기금은 해외 자산을 환율 변동에 노출하는 것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채권을 제외한 다른 자산의 환헤지 비중을 축소하는 추세다.

3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 화면(211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과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 등 달러화 강세 재료가 부각된 가운데 올해 연초 1,100.10원에서 이날 오전 장중 고가 기준 1,188.60원으로 88.50원 급등했다.

달러-원 환율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장중 9% 가까이 폭락했던 지난달 24일에는 1,200원선을 터치하며 2011년 10월 이후 약 4년만의 최고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달러-원 환율의 방향성은 당분간 위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자산이 유출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대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주요 연기금들은 달러-원 환율 랠리에 대응해 어떤 전략을 구축하고 있을까.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주요 연기금들은 채권은 금리 수익을 확정하기 위해 환 위험을 헤지하지만, 주식 등 다른 자산은 수익 극대화와 해외 재투자를 위해 환헤지 비율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해외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자산군별로 해외 채권에 대해서는 100% 환헤지를 하고 있지만,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등에 대해서는 0% 환헤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09년 전략적 환헤지 비율을 설정한 후 매년 단계적으로 환헤지 비율을 조정해왔고, 작년부터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에 대한 환헤지를 중지했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전체 수익률을 높이는 데 있어 해외 주식과 대체투자 부문이 수익률 제고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환헤지 비율 축소 조치의 효과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학연금은 채권은 100% 헤지, 주식은 70% 헤지, 대체투자는 상품과 상황에 따라 헤지하는 방식으로 해외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해외 채권과 대체투자에 대해선 100% 환헤지를 하고 있지만, 주식은 작년 70%였던 환헤지 비율을 올해 40%로 낮췄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해외 주식에서 환헤지를 하지 않았을 때 운용 성과가 더 좋게 나타났고, 국내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는 만큼 분산투자 차원에서도 해외 주식은 환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며 "더욱이 해외 자산을 처분한 자금을 해외에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원화로 이익을 확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그러나 해외 주식 투자 때 환헤지의 유불리 여부는 시기별로 달라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는 작년 10월 한국재무학회 주최로 열린 '기관 투자자의 해외투자, 대안투자와 자산관리' 심포지엄에서 2000∼2013년 한국과 주요국 주식 분산 투자에서 환헤지의 유불리를 분석한 결과, 시기별로 달랐다고 밝혔다.

그는 "시기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헤지를 하는 게 유리한 투자였지만 이후에는 헤지를 하지 않는 게 유리했다"며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서 환헤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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