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달 9일 임기를 시작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의 취임 후 첫 금융정책결정회의가 한 주 앞(27~28일)으로 다가왔다. 전임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퇴임이 초읽기에 들어간 작년 말 BOJ가 기존 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한 후 금융권에선 후임 총재 체제에서 BOJ의 통화정책이 수정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구로다 전 총재의 임기 10년간 BOJ는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견지했다. 최근 미국 등 주요 국가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는 와중에도 일본은 금융 완화를 고집했다. 그 결과 엔화 가치 급락 등 부작용이 나타났고, 결국 BOJ는 지난해 12월 0% 부근인 10년물 국채금리 목표치 허용범위를 기존 ±0.25%에서±0.5%로 확대했다.

이후 금융시장에선 BOJ가 새 총재 취임 직후인 4월이나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수익률곡선제어(YCC)를 필두로 한 기존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다. 특히 YCC 정책과 관련해선 채권금리를 낮추기 위한 비정상적 채권 매입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BOJ를 해외 투기 세력들의 먹잇감(투기 세력들이 내다 판 일본 국채를 BOJ가 매입)으로 만든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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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총재 역시 후보자 시절인 지난 2월 의회에 출석해 "정세에 따라 여러 궁리를 하면서 금융완화를 지속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YCC 정책이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에선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의 변동 폭을 재차 확대하거나 YCC 대상을 10년물 국채가 아닌 5년물, 2년물 국채로 단기화하는 것 등이 BOJ의 정책 수정 구체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의 피인수 등 미국과 유럽 은행의 유동성 위기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데다 '아베노믹스(경기 회복과 장기 디플레이션 및 엔고 탈출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정책)'의 계승을 바라는 정치권 일각의 분위기는 우에다 총재가 기존 통화정책 수정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시장에 정책 변경 가능성이나 의향을 보다 분명하게 전하지 않은 채 행동하는 것은 설명을 중시하는 우에다 총재의 방침에 반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10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이 2%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한다면 (기존의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속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와 BOJ가 10년 전 물가 2% 상승을 목표로 발표한 공동 성명에 대해서도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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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BOJ가 상반기 중 기존 완화 정책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최근 한 일본 언론이 BOJ 워처 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데 따르면 14명(64%)의 전문가들은 BOJ가 우에다 총재 취임 후 첫 회의에서 현행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10년물 금리 변동 폭 확대'와 'YCC 철폐'를 꼽은 전문가는 각각 1명에 불과했다.

이달 정책 수정이 가능할 것으로 본 8명 가운데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 수정만 있을 것으로 본 6명과 현행 정책 유지를 점친 14명을 합친 20명(90%)은 사실상 'YCC 변경 없음'을 점친 것으로 해석됐다. YCC가 연내에는 폐지될 것으로 본 전문가들은 13명(59%)이었다. 1998년 새 일본은행법이 시행된 이후 BOJ를 이끈 4명의 총재는 대부분 취임 초기에 정책을 변경했다. 10년 만에 구로다 전 총재의 그늘에서 벗어난 BOJ가 새 총재 취임 초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할 때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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