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뉴욕 금융시장에서 '골디락스가 돌아왔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우려 없는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는 점이 각종 지표와 증시 랠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는 것이다.

'골디락스(Goldilocks)'라는 말은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금발소녀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어느 날 숲속을 헤매던 골디락스는 우연히 곰 세 마리가 사는 집에 들러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먹기 좋은 수프를 골라 먹고, 너무 딱딱하지도 푹신하지도 않은 안락한 침대에 누워 잠이 든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이 미국의 현재 경제 상황을 그런 편안하고, 이상적인 상황으로 본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의 올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3.0%로 집계됐다. 같은 달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도 3.0%로 전월보다 낮아졌다. 반면 6월 개인 소비지출은 전월의 0.2%보다 높은 0.5%의 증가율을 나타내며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2.4%를 기록한 데 이어 소비도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경기에 대한 낙관론은 커졌다.


S&P 500 지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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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연초 이후 20% 가까이 급등했다. 특히 7월 들어선 26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올라 1987년 이후 최장기간 상승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최근 옵션시장에선 특정 날짜(만기)까지 특정 가격(행사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 거래량이 반대 권리인 풋옵션 거래량을 크게 앞질렀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특히 지난주 열린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더 이상 경기침체를 예측하지 않고 있으며, 큰 일자리 손실 없이 인플레 목표치 2%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면서 시장의 낙관론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오는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82.5%에 달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관련해 "연준은 큰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고 인플레를 낮추는 것으로 정의하는, 이상적인 경로(golden path)에 있다"고 말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그러나 동화 속 골디락스가 빈집의 편안한 침대에서 잠들었다가 돌아온 곰들이 포효하자 곧바로 도망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은 과거 1996년부터 2005년까지 골디락스 경제를 경험했지만,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연출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당시에는 공산권 국가들이 서방 경제로 편입됐고, 특히 중국의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이 인플레를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여기에 정보기술(IT)의 진보로 생산성은 급속도로 향상됐다.




그러나 현재는 일부 투자자들이 기술주의 밸류에이션 상승을 우려해 기술주에서 다른 업종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과거 30년간 여름휴가 시즌과 그 이후인 8월과 9월 S&P 500지수가 하락세를 보여왔다는 점도 증시 약세 징후로 지적됐다. 경제지표 호조가 되레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상기하는 재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최근 인플레가 둔화한 것에 대해 주식시장에 호재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가 둔화한다는 것은 수요가 감소했다는 것이고, 이는 기업 실적을 둔화시킨다"며 이같이 내다봤다.(7월31일 9시38분 송고된 '로젠버그 "인플레이션 둔화, 주식시장에 호재 아냐"' 제하 기사 참고)

기업실적과 지표 발표 결과에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주에는 미국의 2분기 어닝 시즌이 본격 진행되는 가운데 7월 비농업부문 고용 등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주요 지표가 발표된다. 뉴욕 금융시장에 골디락스의 편안함이 계속될지, 불청객을 발견한 곰들의 울부짖음이 울려퍼질지 지켜볼 때다. (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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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3시 3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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