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은행권에서 유동성 관련 파열음이 불거진 후, 단기물을 중심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급락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채권시장의 변동성 역시 크게 강화되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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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내 대표물인 10년짜리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이달 초 4.0% 안팎 수준에서 등락하다 이후 50bp(1bp=0.01%포인트)가량 급락해 주 초인 27일(현지시간) 3.5% 부근에서 종가를 형성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짜리 단기물 금리는 같은 기간 4.9%에서 4.0%로 더욱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과정에서 국채 옵션 가격을 기초로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MOVE(Merrill Lynch Option Volatility Estimate) 지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창궐 초기인 2020년 3월의 163.70을 훌쩍 뛰어넘어 이달 20일 180선 위로 고점(182.64)을 높이기도 했다. 채권시장의 가격변수는 물론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표까지 일제히 널뛰기를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선 연준이 지난해 3월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 1년 만에 10년물 국채 금리가 주요 상승 추세선 아래로 하락했다는 기술적 분석을 내놨다. 연준의 긴축 행보를 등에 업은 채권 수익률 상승장이 끝날 수 있다는 의미다.(2023년 3월 27일 오전 10시 31분 송고된 '美 10년물 금리 상승세 끝났나…추세선 이탈에 1994년 재연' 제하 기사 참조)

한동안 100bp 넘게 벌어졌던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폭이 50bp 수준으로 축소된 것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해석이 나왔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전통적으로 채권시장에서 경기 침체의 신호로 간주해 왔는데, 이번엔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빠르게 하락하면서 경기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2023년 3월 27일 오전 9시 3분 송고된 '美 수익률곡선 역전 폭 축소에도…경기둔화 주장 이유는' 제하 기사 참조)

최근 시장 움직임은 주요국 은행권의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최근 2주 사이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등이 연이어 무너지고, 지난 주말에는 도이체방크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면서 부도 위험을 크게 반영한 데 따른 단기적 시장 반응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달 21~22일 이틀간 열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에 관측된 연준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최근 채권시장의 조정 흐름은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간신히 모면한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이 결합해 형성된 '대세'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가까스로 위기가 봉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나 프라이빗 에쿼티 등이 언제든 위기의 진앙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연준은 3월 FOMC 성명에서 은행권의 유동성 문제가 신용환경과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은행 사태가 연준의 긴축 정책과 유사한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여기에 더해 향후 기준금리 경로는 '인상 지속'에서 '약간의 추가 조정'으로 변경됐다. 은행 사태 전까지만 해도 상향 조정이 유력했던 2023년 점도표 중간값은 기존 수치인 5.125%가 유지됐다.

앞으로 연준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은 인플레이션 제어에서 금융 안정과 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으로 이동할 공산이 크다. 결국 연준이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25bp 인상할 수 있지만, 추가로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단기 조정이 아닌 큰 흐름으로 굳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때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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