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21년 하반기 헝다(恒大·에버그란데)를 필두로 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발 유동성 이슈로 몸살을 앓았던 금융시장이 다시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과 완다그룹 등 현지 부동산 업체들이 채무를 제때 갚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중에 디폴트 관련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서다.




비구이위안은 이달 6일 만기 도래한 액면가 10억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천250만달러(약 296억원)를 상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구이위안은 당국이 내놓은 부동산 개발 지원책의 가장 큰 수혜자로 지난해에만 전국에서 50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거대 부동산 개발업체가 원리금이 아닌 만기 도래 전 채권에 대한 이자 상환에 실패한 것이다.

비구이위안은 디폴트 통지 전에 30일간의 유예기간을 갖게 됐지만 이자를 지급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0일 신용등급을 기존 'B1'에서 'Caa1'으로 3단계 하향했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Caa1은 '신용 위험이 매우 높은 상태'라는 의미다.

회사 측은 경영난으로 인한 자금 사정 악화를 이자 지급 지연 사유로 지목했다. 앞서 비구이위안은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올해 7월 연간 누적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연합인포맥스 IHS마킷 해외채권서비스(화면번호:4010)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올해 연말까지 총 1억7천111만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8월 9일 13시 30분 송고된 '中 컨트리 가든, 올해 남은 달러채 이자 1.7억 달러…"10월에 밀집"' 제하 기사 참조.)


비구이위안 이자 상환 스케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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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7월 중순에는 완다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다롄완다 상업관리집단이 같은 달 23일이 만기인 채권 4억달러 가운데 최소 2억달러가 부족한 상태라고 발표했다. 이후 완다그룹은 자회사 베이징 완다투자의 지분 49%를 콘텐츠 제작사인 상하이루이에 22억6천200만위안에 매각하는 등 계열사 지분을 팔아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러나 유동성 부족 등을 이유로 다롄완다의 장기채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낮췄다. 업황 악화에도 역외 하이일드 채권 시장에서 살아남으며 중국 부동산 시장의 '방어벽'으로 통했던 기업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이다. 이에 더해 2010년 완다그룹에 합류해 투자 업무를 맡아 온 류하이보 수석부회장은 최근 부패 문제로 수사기관에 체포되기까지 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전반의 냉각 징후 역시 분명하다.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올해 7월 신규주택 판매액은 3천54억3천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감소했다. 직전월인 6월과 비교해도 33.5% 줄었다. 중국 당국은 대출 금리 인하, 대출 지원 대상 확대, 세제 혜택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냉각된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이슈가 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유동성 문제가 시장에 실제 충격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비구이위안의 경우 다른 대형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상태는 아니고, 완다그룹도 계열사 매각 등 자구책 마련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고수익 채권시장 상황이 2021년 헝다그룹 디폴트 사태 당시와 비교해 안정적이고, 중국 당국의 경기 부양 의지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11일 일부 부동산 개발업체 및 금융기관과 화상으로 회의를 연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 사정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중국 경기의 하방 위험이 국내 경기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점검이 시급한 때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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