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열기가 식으면서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종식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두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지만, 결국 '피벗(Pivot: 통화정책 전환)'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뉴욕환시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114.787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100 아래로 떨어져 고점 대비 13%가량 낮은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작년 7월 20년 만에 패리티(등가교환) 아래로 떨어졌던 유로-달러 환율은 최근 1.12달러선 위에서 등락하고 있다. 작년 9월과 10월 145엔선과 150엔선을 잇달아 돌파하며 20여 년 만에 일본 외환 당국의 개입을 초래했던 달러-엔 환율은 최근 140엔선 아래로 레벨을 낮춘 상태다.

지난해 달러화 가치가 급등세를 보인 배경에는 연준이 고공행진 하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에 제동을 걸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한 영향이 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발생으로 안전통화인 달러화의 가치가 부각되고, 일본은행(BOJ)이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에도 완화적 통화정책 고수한 점도 달러 초강세 현상의 배경이 됐다.



달러화의 반락은 연준의 피벗이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올해 6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0%를 나타내 2021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 인사였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학계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사임하면서 인플레와 연준 통화정책을 바라보는 시장 참가자들의 시각에 변화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장내에선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한두차례 더 인상할 수는 있겠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특정 시점에, 피벗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7월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99.8%로 집계됐다. 9월 회의에서 금리가 추가로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은 12.0%를 나타냈다.

베테랑 딜러는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멈추는 시점이 머지않았다"며 "이렇게 되면 달러화가 그간의 중장기 강세 흐름에서 벗어나 한동안 약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연준이 금리를 내리게 되면 시차를 두고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달러화 초강세 현상의 퇴조가 장기 추세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단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의 달러 약세는 일본의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의 수정 여부와 관련해서도 유의미한 논의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가 지난 7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YCC 정책 수정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 145엔 부근에서 거래되던 달러-엔이 140엔선을 하회하면서 BOJ의 매파 변신 가능성은 상당 부분 줄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다음주 25~26일로 예정된 연준과 28일에 열릴 BOJ의 7월 통화정책회의를 주목하고 있다.(국제경제·빅데이터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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