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동결 흐름 속에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중앙은행의 '중대 결정'에 대한 기대를 크게 낮췄다. 다음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오히려 위험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롱포지션 정리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외환딜러들은 22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이 시장 예상대로 비둘기파적이었다면서도 실제 정책 결정은 일어나지 않는 '립서비스'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대기 모드는 연초라는 시기적 요인도 강한 것으로 해석됐다.

전날 ECB 회의를 앞두고 유로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면서 ECB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기대를 선반영했다. 중국 금융시장 불안, 디플레이션 우려와 유가 등 상품시장 약세 등에도 현재 시점에서 중앙은행의 중대 결정을 기대하는 시장 참가자들은 극소수에 그쳤다.

딜러들은 겨울철 한파와 저유가 등 강력한 변수가 각국 정책 당국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부분 국가의 전년도 연간 국내성장률(GDP)도 1분기가 지난후에야 확정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존 힐센레스 전문 기자도 연방준비제도(Fed)의 중요한 정책 결정은 대부분 8월부터 12월 등 후반기에 이뤄진다고 진단한 바 있다.

A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중앙은행의 방향성이 연초에는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며 "중국과 유가 상황을 더 지켜보면서 대기하는 분위기가 1분기까진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지표가 뚜렷히 악화됐다고 보기 어렵고 1분기가 지나야 대부분 국가들의 전년도인 2015년 연간 GDP 성장률이 발표된다"며 "그에 따라 각국 성장 전략도 많이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ank of Canada)의 경우도 유가 하락세에 캐나다 달러가 급락하는 등 패닉이었는데 이번에 금리를 동결했다"며 "캐나다의 경우 원유 수출 의존도가 커서 금리 인하 가능성도 강하게 제기됐으나 연초 각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B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발언은 시장의 예상대로 상당히 비둘기파적이었다"며 "연초라서 중앙은행들이 거의 대기하는 입장이다. 워낙 2주동안 많이 움직여서 쉬어가는 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여태껏 강하게 리스크오프로 흘렀던 것이 진정되는 분위기로 바뀔 것"이라며 "달러-엔이 상승세를 유지하면 아시아 통화들이 강세를 띌 것이다"고 내다봤다.

C시중은행 딜러는 "전날 ECB 앞두고 시장은 이미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며 "유로 환율이 많이 뛰는 등 양적완화 얘긴 나오지도 않을 것처럼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참가자들이 FOMC에서도 이번엔 금리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어 달러를 지지할만한 재료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D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시장의 공포 분위기를 어느 정도 잠재운 것으로 본다"며 "현 시장 상황을 중앙은행들이 주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으나 중국과 오일 가격 흐름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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