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연초부터 불거진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반영해 '비둘기파' 입장을 밝힘에 따라 다음 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비슷한 행보를 밟을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CNBC방송은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발표될 성명에서는 연준이 올해 네 번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시장에 안도감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전망치가 담긴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4번 정도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업체 에버코어 ISI의 크리쉬나 구하는 이날 "중앙은행 기갑부대가 (늦게 ) 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타임아웃(일시정지)'을 시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날 비둘기파적 ECB 회의는 다음 주 연준과 일본은행(BOJ)의 추가적인 비둘기파 움직임의 전조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작년 12월 이후 지표 변화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기존 통화완화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트레이딩업체인 IG의 알레스테어 맥케이그 애널리스트는 영국 일간 가디언을 통해 "드라기 ECB 총재는 연설을 시작함과 거의 동시에 다시 한번 자신의 '슈퍼(마리오)' 입지를 주식시장에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연설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특히 실제로 어떤 것도 약속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JP모건이나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바클레이즈가 모두 추가 완화 전망을 당초 6월에서 3월에서 앞당겼을 정도로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2월 금리 인상 이후 미국의 경제지표는 대부분 시장의 예상보다 취약하게 나왔다. FOMC 회의 이후 국제유가는 15%나 더 떨어졌고, S&P 500지수는 9.8% 급락했다.

CNBC 조사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성장률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치는 당시 2%에서 1%로 반 토막 났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연준은 이번 FOMC 성명에서 부진한 지표와 성장률 전망 하향 사실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망했다.

시장의 변동성과 주가 하락으로 반갑지 않게도 금융여건이 위축됐다는 언급도 포함될 수 있다.

드라기 총재가 유가 하락으로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상당히 낮아졌다'고 언급한 것을 고려하면 연준도 비슷하게 2% 물가 목표치 달성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금리 인상은 '지표 의존적'이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할 것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연준 이사를 지낸 바 있는 랜달 크로즈너는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에 지난 12월에 생각했던 것보다 연준의 긴축 폭이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연준이 성명을 발표하면 처음에 시장은 금리 인상 횟수가 4번이 아닌 2~3번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 "그러고 나서 이후에 금리 인상이 2번을 넘지 않거나 한 번에 그치는 것으로 시장의 예상이 바뀌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sm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