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롱(LONG)잡은 사람들, 롱(WRONG)된 상황이죠"

서울외환시장에서 3일 달러-원 롱스탑이 쏟아지자 한 외환딜러는 자조섞인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강한 상승세와높은 장중 변동성을 보이던 1~2월이 지나고 달러화가혼조세로 돌아섰다. 트레이더들 입장에선 소위 '돈 벌기 어려운 장'이 다가온 셈이다.

특히 글로벌 매크로 측면에서 미국발 경기 개선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기 전망은 어두워진 점이 주목됐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건설지출에 이어 민간부문 고용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뉴욕 증권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경기 지표는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연방준비제도(Fed)의 베이지북의 전망대로 금리 인상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일 보고서에서 "2월 미국 ISM 제조업지수가 5개월 연속 50선을 하회했지만 2개월 연속 반등했다"며 "세부지표 면에서 혼조 양상을 보인 1월과 달리 2월 개선 조짐이 뚜렷했다"고 평가했다.

이 팀장은 "2016년 미국 경제는 당초 전망보다는 성장세가 둔화되지만 완만한 확장 자체가 훼손되지 않을 전망"이라며 "해외여건 부진 및 미국 달러 강세,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해 제조업 경기가 부진하지만 그 폭이 제한적이고 비제조업 경기의 견조한 확장세가 이를 보전하는 구도가 전개되고 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보면 온건한 금리 정상화를 시사하는 '골디럭스형' 성장이다"고 진단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저조한 수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1월 국제수지상 수출은 19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고 우리나라의 2월 수출은 지난달에 이어 두자릿 수 감소율을 나타냈다.

외환딜러들은 달러화의 모멘텀이 크게 약화돼 포지션 잡기가 점차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거래량도 연초보다 2~30억불 가량 줄어든 상황이다. 위안화 우려, 미국 금리 인상 기대 등 대외 전망에 한 방향으로 쏠리곤 했던 달러화는 이제 글로벌 경기와 노선을 달리하고 있는 국내 경기 변수 앞에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보이는 셈이다. 달러화는 3영업일 연속 하락 후 이날도 1,220원대에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수급상으로는 수출업체 네고물량 공백이 이어진 가운데 결제가 나오고 있다"며 "상승 및 하락 재료 모두 달러화를 한방향으로 몰고 가기엔 힘이 부족해 보인다. 시장 거래량도 과거 100억불에서 7~80억불대로 줄어들었다. 호가대는 얇아진 가운데 장중 변동성만 커진 셈이다"고 말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이제 소위 '돈벌기 어려운 시즌'이 올 것이다"며 "더 지켜봐야겠으나 일단은 1~2월 처럼 방향성있게 가는 장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상하단을 막고 있는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도 마냥 리스크 오프로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 지표가 개선돼 뉴욕장이 호조를 보이고 중국 당국도 정책상 리스크온 모드에 편승하고 있다. 국내 경기 변수를 보면 혼조세라 포지션 잡기 어려운 장이다"고 말했다.

C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최근 딜러들도 대체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글로벌 측면에서 보면 미국 경기 호조에 따른 뉴욕 증시 안정 등 위험회피심리가 자극됐으나 국내 경기 지표와 금리 인하 재료는 상승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확신이 없어 차츰 관망세가 강해지면 달러화도 레인지 장세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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