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부양책에도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한 데 대한 실망감이 부상하면서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ECB는 전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레피(Refi)' 금리를 0%로 인하하고,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하루 동안 돈을 맡길 때 적용되는 예금금리를 마이너스(-)0.40%로 0.10%포인트 내렸다. 월간 자산매입 규모를 200억유로 확대하고, 대상도 투자등급 비은행 회사채도 포함키로 하는 등 양적완화(QE) 규모와 대상도 확대했다.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부양책을 내놨지만, 드라기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반전됐다.

ECB 부양책에 힘입어 1.08달러선까지 떨어졌던 유로-달러 환율은 드라기 회견 이후 폭등하며 1.11달러대 후반까지 올라섰다. 유로화 급등에 글로벌달러인덱스가 96.2선까지 떨어지는 등 달러도 급격한 약세를 보였다.

ECB 부양책의 투자심리가 고용 효과도 희석됐다. 유럽과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드라기 발언 실망감에 더해 일본 등 주요국의 마이너스(-) 금리의 정책효과에 대한 시장의 회의론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 환시의 달러화는 최근 글로벌달러 흐름보다는 위험투자 심리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이날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산유국이 오는 20일 모스코바에서 열기로 한 회동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로 국제유가도 하락해 위험회피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

다만 전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6천억원 이상 대규모로 주식을 사들인데 따른 달러 매도 물량 등이 상승폭은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선물 및 옵션과 연계된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물은 환시 수급으로 직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순매수 규모가 워낙 큰 만큼 달러 매도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전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기존의 매파적 스탠스를 고수하며 국내 금리 인하의 가능성이 줄어든 점도 달러화의 상승 압력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이다.

추가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부상하기는 했지만, ECB가 일단 QE 확대 조치를 내놓은 만큼 중장기적으로 유로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도 제기될 수 있다.

뉴욕 금융시장은 드라기 발언 실망으로 위험투자가 위축됐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23포인트(0.03%) 하락한 16,995.1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0.31포인트(0.02%) 상승한 1,989.57에 끝났다.

미국의 10년 국채금리는 전장대비 3.5bp 올랐고, 2년 국채금리는 2.4bp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장보다 1.18% 하락한 배럴당 37.84달러를 기록했다.

뉴욕 NDF 시장 달러화는 소폭 상승했다. 달러-원 1개월물은 1,207.0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1.15원)를 고려하면 전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203.50원)보다 2.35원 상승한 셈이다.

이날 달러화는 위험투자 심리의 후퇴를 반영해 상승 압력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ECB를 기대로 형성된 달러 매도 포지션이 되돌려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한은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상승폭은 제한될 수 있다. ECB 정책에 대한 시장의 해석과 평가가 변화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은 2월 수출입물가 지수를 발표한다. 해외에서는 특별한 지표나 일정이 없다.(정책금융부 외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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