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서울외환시장에서 고점 매도 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 공항 테러 여파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일시적으로 훼손됐지만 달러-원 환율의 하향 추세를 돌려 놓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딜러들은 23일 역외 시장 참가자들이 그동안의 롱포지션을 언와인딩한 후 숏포지션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며 일시적인 대외 글로벌 달러 강세 재료에도 달러화가 쉽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달러화는 지난 달 말 고점을 찍은 이후 90원 넘게 하락하면서 위꼬리가 긴 음봉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위꼬리 음봉은 상승 출발 후 저가에서 마감할 경우 형성되는 캔들 형태로 위꼬리가 길수록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

뚜렷한 하향 지지선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달러화의 일간 기준 RSI 지수도 지난해 10월 19일 이후로 처음으로 과매도권 30을 뚫고 내려간 후 27.55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달러-원 환율 추이와 RSI 지수 추이>



이러한 달러화 하락세는 FOMC발 훈풍 이후 거세지고 있다. FOMC가 금리를 동결한 후 점도표까지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 심리 개선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2분기에도 미국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자극됐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4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7%, 9월 가능성을 60%, 12월 가능성을 74% 각각 반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 "미국 FOMC발 안도의 한편에는 경기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며 "미국 주택지표, 산업생산, GDP 성장률 발표를 통해 미국 경기 전반에 대한 확인 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스트래티지스트는 "일부 주택지표 둔화, 투자지표 회복세 지연 등은 미국 경기 선순환 진입에 대한 의구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역외시장 참가자들은 빠르게 롱스탑 물량을 쏟아냈다. 달러화는 3월 들어 5거래일을 제외하고 강한 급락장을 보였다. 달러화 상승기에 '바이온딥(저가매수)' 전략을 고수하던 역외 세력은 '셀온랠리(고점매도)'로 선회하면서 달러화 하락을 이끌고 있다.

외환딜러들은 달러화 1,150원대가 깨지면 하향 지지선은 1,140~1,130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A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달러화가 곧 1,130원대 하향 시도할 것"이라며 "브뤼셀 테러 등 악재가 있었지만 추세를 보면 여기서 숏포지션 진입 기회로 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도 "역외에서 접근하기엔 지금 레벨에선 롱청산보다는 숏포지션 진입으로 봐도 될 것이다"며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 심리가 크게 꺾이면서 당국의 매수 개입 경계에도 하락세로 쏠리고 있다. 1,150원 아래로 내려가면 향후 저점은 1,140원대다"고 말했다.

현재 장세는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이 다시 강해지기 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 심리와 더불어 수급상으로도 손절매 흐름이 이어져 달러화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B은행 딜러는 "장 막판에 수출업체들까지 급하게 던지는 경향이 있다"며 "업체들도 달러화 하락세를 버티다 일종의 손절매로 달러를 매도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상하이 합의'가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으나 주요 20개국(G20) 회의 이후 시장 포지션은 이전과 완전히 반대로 흐르고 있다"며 "쏠렸던 롱포지션이 언와인딩되면서 현재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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