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내 은행들이 브렉시트 가능성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아시아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된다지만, 영국 현지에서 법인과 지점을 운영하는 은행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운영 전략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의 법인과 지점은 총 7개다.

국민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현지법인 형태로 운영 중이며,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이 외은지점으로 영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연초 이후 브렉시트 가능성을 둘러싼 영국 현지 분위기와 법인·지점 운영 상황을 리포트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보고받고 있다.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국내은행의 영국 현지 법인과 지점은 당장 비용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지금은 내지 않는 세금이나, 행정 비용, 환차손 등이 그 예다.

수출입은행 고위 관계자는 "그간 런던에 위치하며 EU라는 단일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할 수 있었는데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지금은 내지 않는 인지세, 원천세 등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영국 소재 금융기관이 저비용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영국 현지법인과 지점 대부분의 자본을 미국 달러화로 구성해 있다. 자산 역시 파운드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5~15% 내외다.

하지만 회계 통화를 파운드화로 사용하면 브렉시트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환차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영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 대부분 US달러가 기준이지만, 대출 자산의 경우 파운드화를 사용하는 곳도 있을 것"이라며 "환율 변동에 따른 임팩트는 크지 않지만, 내지 않던 비용이나 일부 환차손이 연결 재무제표로 인식되면 순이익이 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국의 영업망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HSBC나 골드만삭스 등의 세계적인 대형 은행들은 이미 유럽지역의 거점 점포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전략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거점 지역을 옮기는 것도 큰 비용을 필요로 하는 일인만큼, 이 역시 쉬운 판단은 아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영국 현지법인이 독일에 있는 회사에 대출을 해줘도 이자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세금을 내게 되니 장기적인 비즈니스 관점에선 고민을 해봐야 하는 문제"라며 "특히 영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은행들의 영업 구심점도 그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단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이후 상황을 고민할 것"이라며 "어차피 폴란드 등 동유럽 지역에도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만약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더라도 런던 지점은 그대로 영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국 현지에 있는 법인과 지점들은 누구보다 투표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런던지점 관계자는 "현재 영국의 부동산이나 금융시장은 투표 결과를 관망하며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라며 "잔류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이동한 것 같지만, 아직 최종 결과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도 영국이 유럽지역에서 차지하는 금융 허브의 역할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관세 이슈로 타격이 큰 유통 기업 등의 판매 법인이 유럽 지역을 빠져나가는 변화가 생기면 금융기관 대부분이 영업망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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