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결산 국회를 앞두고 사업성 기금에 대한 평가 기준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제기됐다. 주택도시기금과 같은 사업성 기금의 여유자금은 보수적 운용이 중요해 연금성 기금과 동일한 수익률 척도를 들이대면 본연의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 기금은 규모별로 대형, 중형, 소형으로 나뉘고 유형별로는 사업성, 금융성, 연금성 등으로 구분된다.

사업성 기금은 주택기금과 같이 특정 사업을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장래지출에 대비해야 하는 연금성 기금과 달리 적정 유동성을 공급하는 수준에서 실질가치 보전에 초점을 맞춰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기금운용평가 중 수익성 관련 계량지표가 이런 기금 유형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산운용실적에 따라 성적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업성 기금 중 유일한 대형기금인 주택기금은 임대주택 공급 등 주거안정 기여와는 무관하게 낮은 수익성 지표로 매년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주택기금의 주요 지출내역을 보면 구입전세자금으로 10조8천억원, 임대주택 출자 및 융자에 6조5천억원, 분양주택 등 지원에 6천억원이 쓰였다.

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주거불안이 가중될 때마다 한정된 정부 재정을 대신해 주택기금이 동원된다.

그럼에도 주택기금은 2015회계연도 기금운용평가에서 계량지표 '미흡'으로 평가됐다. 자산운용 정책, 성과관리 등 비계량지표에서는 '양호' 등급을 받았다. 주택기금 여유자금은 작년 기준 31조원으로 국민연금 다음으로 많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성 기금 운용의 제1원칙은 안정성이다"며 "수익성을 추구하다 보면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어 사업성 기금의 운용 방식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정당국은 유형별 구분을 하지 않아도 사업성 기금에는 여유자금이 많지 않아 대부분 중소형 기금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주택기금은 현재 지출이 없지만 향후 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금이다"며 "규모가 크고 자산가치 보존이 중요해 지출 관리보다는 자산운용으로 자산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평가 기준을 보완할 방법이 검토되기도 했으나 아직 뾰족한 답은 없다.

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중장기 자금과 단기 자금을 구분해 평가하는 방법 등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어느 경우도 모두를 만족하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적정한 지점을 판단하고자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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