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주택 호경기를 맞아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가 뜨고 있다.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감가상각을 넘어서는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부 아파트가 평균을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어 무리한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1일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2.3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1월의 숫자와 같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 가격을 100의 기준으로 잡고 가격을 지수화한 수치다.

전국 아파트 가격이 보합권에 머물렀지만, 같은 기간 20년 초과의 아파트 가격지수는 102.8로 조사됐다. 전국 평균보다 높고 올해 1월보다도 0.4포인트 올랐다. 7개월 동안 0.39% 상승했다.

이러한 현상은 2014년부터 두드러진다. 2014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42% 올랐는데 20년 초과 아파트는 2.54% 높아졌다. 작년에는 전국 평균과 20년 초과가 각각 4.61%, 5.24% 뛰었다.





지역에 상관 없이 나타나는 오래된 아파트의 상대적인 강세는 같은 시기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의 20년 초과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7% 이상 오르며 주택 호경기의 최대 수혜를 받았다. 올해도 서울권에서는 20년 초과한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가장 빠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감가상각의 법칙을 깬 모습이다. 2014년 이전에는 감가상각 등으로 오래된 아파트의 가격이 잘 오르지 못하거나 낮아진 상태였다. 아파트 가격이 부진했던 지난 2012년, 서울의 20년 초과 아파트는 전국 평균 하락률의 세 배 가까이 벌어졌다.

한 건설사의 관계자는 "저금리와 함께 정부의 정책이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면서 가격이 내려갔던 노후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재건축 연한을 단축하면서 투자수요도 상당히 붙었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감가상각이 적용되지 않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데 용적률이 높은 건물은 사실상 대안이 없는 상태다"며 "감가상각이 많이 되고 일부 대규모 아파트는 애물단지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부활 가능성이 있고 추가로 늘어나는 용적률이 많지 않다"며 "이러한 측면을 따지지 않고 계속 오래된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동산 개론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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