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 10시15분에 송고된 <외환딜링룸 탐방> 이윤재 NH투자증권 팀장 기사에서 본문 여덟번째 단락에 언급된 '이만규 상무'를 '임한규 상무'로 바로잡습니다.>>

<※편집자 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브렉시트)로 초래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잦아들고 위험선호 현상이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달러-원 환율은 1,100선마저 뚫고 내려서면서 지난해 5월 1,090.1원(종가기준)을 찍은 이후 14개월만에 최저 수준까지 주저 앉았습니다.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난 결과입니다.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희석된 가운데 주요 선진국의 통화완화 정책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달러-원의 하락 재료만 더 쌓여가고 있습니다.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매집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올랐습니다. 인포맥스는 국내 주요 은행과 증권사의 외환딜링룸에서 일하는 '주포'들이 주요국의 돈풀기로 촉발된 환율 전쟁을 어떻게 진단하고 대응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거래의 98%를 프랍트레이딩(자기자본거래)으로 채우는 증권사 딜링룸. 은행이 주도하는 외환시장에서 어쩌면 주변인일 수 있는 증권사 딜링룸을 이끄는 주인공의 포부는 누구보다도 당찼다. 남다른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이미 외환시장의 주인공이었다.

이윤재 NH투자증권 FX 트레이딩팀 팀장은 26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다 보니 어느새 과도기 시기까지 진입했다"며 "증권사 딜링룸이 외환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저력을 본격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과도기'는 NH투자증권 딜링룸 거래의 양과 질이 차별화됐다는 얘기다. 은행과 비교하기엔 조금 버겁지만, 확실히 증권업계 수준을 벗어났단 뜻이다.

실제로 서울외국환중개 기준으로 15위권 수준의 거래 규모를 자랑하는 NH투자증권은 때때로 10위권 안쪽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이렇게 성장하기까진 6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이 팀장은 NH투자증권 FX 트레이딩팀의 시작부터 함께한 창립 멤버다.

지난 2000년 LG투자증권에 입사해 지점 영업부에서 5년여간 현장 경험을 쌓은 그는 본사로 들어와 자금부에서 트레이딩 업무를 도맡아 담당했다. 그 사이 우리증권과합병한 회사는 우리투자증권이 됐고, 2006년 10월 FICC 부서가 생기며 12월에 합류했다. 잠시 한눈을 팔아 부산은행에 7개월간 근무했지만, 그때의 시간은 딜러로서 시장을 더 크게 볼 기회가 됐다.

이 팀장인 회사에 다시 합류한 것은 당시 성철현 전무와 임한규 상무가 이끌던 FICC 부서에 FX 트레이딩팀이 설립된 2011년 무렵이다. 당시 3명에 불과했던 딜러는현재 6명이 됐다. FX 트레이딩팀장을 역임하게 된 2014년부터는 서서히 인터뱅크 라인도 늘었고, 수익도 따라왔다. NH투자증권의 딜러들은 성향에 따라 마(MAR) 거래와 장중 거래, 스왑거래 등의 포지션을 나눠 업무에 임한다. 최대의 수익보단 최소의 리스크를 목표로 하루하루 거래에 임한다.

은행과는 태생이 다른 증권사의 딜링룸. 하지만 치열했던 6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NH투자증권은 외환시장운영협의회에 가입된 유일한 증권사가 됐다.

이 팀장은 "태생부터 다른 증권사 딜링룸과 증권맨이 외환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한 성과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NH투자증권의 딜링룸이 외환시장에서 더 큰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윤재 팀장과 일문일답>

--대부분의 거래가 프랍으로 운영되는 데 부담은 없나

▲프랍이기 때문에 무조건 수익을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그만큼 리스크 관리에 더 철저하다. 증권사 딜링룸의 가장 큰 단점은 플로우가 없다는 점이다. 은행은기업 고객 등 플로우가 많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더구나 주식과 채권을 중심으로돌아가는 증권사 조직에서 외환거래는 사실상 프랍으로만 가능하다. 하지만 다양한수익원에 목마른 증권사들이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고 있고, 금융당국 역시점차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니 프랍을 중심으로 능력을 키우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오리라 본다.

--은행 중심의 달러-원 현물환시장에서 증권사는 어떤 식으로 포지션을 잡나

▲과거에는 마(MAR) 거래를 많이 했다. 라인이 없어 장중 거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실이 크지 않고 꾸준한 수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증권사에 최적화된 거래였다. 이후 스왑과 장기물 등으로 거래를 점차 늘렸다. 현물과 선물의 차익거래도 하면서 조금씩 시장의 파이를 늘려갔다. 프랍으로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에 당연한 과정이었다. 이후 조직이 안정화되면서 세일즈도 강화했다.

--NH투자증권 딜링룸의 강점은

▲98% 프랍으로 운영된다는 데 따른 자율성. 수익만 낸다면 어떤 포지션이 트레이딩에 대해 이해를 얻을 수 있다. 딜러에게 조직이 주는 자율성은 엄청난 특혜다. 윗사람이 숏을 했는데 아랫사람이 눈치 보지 않고 롱을 잡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변동성 장세 속에서 딜러가 해야 할 역할은

▲이벤트가 발생하면 포지션을 줄이는 게 딜러의 역할이다. 이벤트의 방향이 어디로 흐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돈을 많이 벌면 좋지만, 덜 벌어도 오래 갈 수 있도록포지션을 관리하는 게 딜러의 역할이다.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삼는 셈이다. 이를 위해 어떤 마음으로 임하나

▲예전에 성철현 전무가 이 문장이 적힌 쪽지를 건네주셨다. '시장은 항상 옳다'.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따르라는 뜻이다. 그래서 터지기보단 살아남자는 생각으로 시장에 임한다. 시장을 항상 나의 포지션과 반대로 보고, 내 판단이 틀렸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미리 생각하는 것. 얼마나 기계적인 매매를 할 것인지 매일 고민한다.

--코어 포지션을 잡기 위해 주목하는 이벤트나 지표가 있다면

▲달러-원 시장은 단기적으로 숏이 맞는다고 본다. 시장이 리스크온으로 가고 있으니 1,100원을 충분히 하회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하면 전체적인뷰는 롱으로 갈 거다. 물론 현시점에서 롱을 강하게 주장하긴 어렵다. 하지만 현 시점에선 결국 모든 경제지표와 이벤트가 가리키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둘러싼 다양한재료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딜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농담으로 아들에게도 아빠 같은 트레이더가 되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만큼 딜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맨바닥에 헤딩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스트레스도 큰 직업이다. 하지만 매일 시장과 싸워, 그날그날 성적표를 받을 때의 쾌감, 중독성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도전해라.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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