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서울채권시장은 독일의 강경한 입장 속에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뚜렷한 해결책 없이 마무리된다는 것을 일정 부분 선반영하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은 오히려 정상회담 이후진행될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여부 등후속 조치들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28일 채권 전문가들은 EU 정상회의가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되며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현상도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채권금리도 장기금리 중심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는 불 플래트닝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유로존 문제와 별개로 원화채권의 견고한 위상 속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A증권사의 딜러는 "채권시장이 약세 기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다소 파격적인 결론이 나와야 하지만, EU 정상회의 등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시장에서는 회의적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유로본드 발행이나 유럽 채무 공동상환기금(ERF, European Redemption Fund) 조성 등 회원국 간 부채를 분담하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작다"며 "국내 채권금리는 레벨 부담이 다소 덜한 장기물 중심으로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외국계은행 딜러는 "EU 정상회의는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마무리될 것"이라며 "유럽뿐 아니라 경기 둔화 이슈에 초점이 맞춰지며 국내 산업생산 지표와 미국의 고용지표 등을 주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C외은지점 딜러는 "ECB의 7월 금리인하 여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하 시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한국은행도 8월경에는 금리인하 가능성이 다소나마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다만 그때까지는 장기 금리 중심의 불 플래트닝 기조가 유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유로존 문제가 점차 강도 높은 글로벌 정책들로점진적이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금리도 점차 약세 압력에 노출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EU 정상회의가 조용히 지나갈 가능성이 크지만, ECB 금리인하나 추가적인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등에 대한 기대가 있다"며 "시간이 필요하지만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들이 하나씩 정리되가는 과정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의 성장 협력도 재원 확충으로 진행되고 있고, 유로본드 발행도 당장은 힘들어도 재정 통합 과정을 거치며 진행될 것"이라며 "최근 발표된 미국 주택지표 개선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국내 경제도 성장률은 둔화되겠지만 금리인하를 통해 부양할 만큼 침체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채권금리가 추가로 하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동락 토러스증권 애널리스트는 "EU 정상회의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더라도 ECB 회의 등 정책 당국의 추가적인 행보를 기대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둘 것"이라며 "일련의 정책 이벤트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점진적이나마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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