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보증이 워크아웃 건설사의 회생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5일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사업이 지지부진한 데다 우발채무 보증까지 겹쳐 워크아웃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부 건설사는 황당한 일까지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사는 미착공 사업장 처리 방향을 두고 10여곳의 PF채권단과 협의를 벌이던 도중 뜬금없이 사업부지가 경매에 나와 당황했다.

경위를 파악해 보니 채권단에 포함되어 있던 저축은행 한 곳이 이름만 남은 시행사를 상대로 법원에 강제경매를 청구했고 이 때문에 이 PF사업의 유일한 자산인 토지가 경매시장에 나온 것이었다.

이 저축은행은 사업보증 책임을 물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몇 안 되는 PF 채권자라 A사는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A사 관계자는 "전체 PF 사업에 대한 보증책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자산인 부지가 매각되면 사업비용과의 차액을 시공사가 물어내야 하는데 이건 대주단의 돈으로 PF채권단의 투자비용을 보전받겠다는 이야기"라며 "벽산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것도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회계상 PF 우발채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시 PF우발채무의 처리 기준을 두고 전환 가능성 80%인 경우에만 부채로 처리하던 관행을 상장기업의 경우 전환 가능성 50%로 강화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부채비율악화와 충당금 적립 부담을 우려한 건설업계의 반대로 흐지부지 넘어갔다.

결국 PF채무는 회계장부에서도 주석사항에 우발채무로 기록되거나 금융보증부채 명목으로 보증수수료만 잡히기 때문에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전체 규모가 파악돼 사전대비가 안되는 폐해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PF사업장의 왜곡된 사업구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수차례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서울대 김경민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15일 열렸던 한 세미나에서 "PF사업은 시행자가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사업을 끌고나가야 하는데 국내 PF사업은 시공사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 유재윤 선임연구위원도 같은 날 "부동산 PF 지급 보증 같은 개발 리스크를 공공, 투자자, 금융권 등이 분담해야 하며 특히 금융권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워크아웃 건설사뿐만 아니라 모든 건설사에 45조원에 이르는 PF 대출잔액은 시한폭탄 같은 존재"이라며 "워크아웃 기업의 법정관리행이나 추가 워크아웃 건설사가 나오는 것을 막으려면 시공사에 집중된 보증책임을 분산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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