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올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두 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영업 개시를 앞둔 가운데 국회에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완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지난 19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을 두고 정치권과 관련 업계, 금융당국, 법조계 등이 허심탄회한 논의를 진행하자는 취지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학영ㆍ전해철 국회의원은 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문제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저축은행과 동양사태 등을 들어 은산분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산업자본이 요구불 예금 수신과 상업 여신을 수행하는 금융기관을 소유한 사례는 저축은행"이라며 "저축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로 활용됐던 불행한 추억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3년 그룹의 부도가 임박한 시점에 증권사와 대부업체를 통해 불법적인 유동성을 조달한 동양그룹 사태도 규제의 사각지대를 돌파하려 했던 사례"라며 "외환은행을 산업자본인 론스타에 매각한 것도 은산분리 규제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론스타의 불법성을 입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인터넷전문은행 업계가 강조하는 은행산업의 경쟁 촉진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전 교수는 "서민을 위한 중금리 대출 시장을 형성한다는 점이 기존 은행은 중금리 대출을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ICT 기업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권의 빅데이터를 전유물로 소유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대기업의 사금고화 문제를 들어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대주주 기업이 부실하게 되면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으려는 유혹이 존재한다"며 "엄격한 차단벽을 설정하고 감독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차단 장치가 작동이 잘 안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2011년 상호저축은행의 대규모 파산사태와 2013년 동양사태는 비금융기업이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은행의 위비뱅크나 신한은행의 써니뱅크 사례를 봤을 때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이 인터넷전문은행을 경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기존 은행과의 차별화를 위해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거셌다.

최훈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IT기업이 대주주로서 핵심 기술과 자본을 주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이미 유럽과 일본, 중국은 글로벌 핀테크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을 핀테크의 총아로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4%로 제한한 현 상황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또 하나의 기존 은행 인터넷뱅킹이나 자회사가 될 수밖에 없다"며 "시중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원칙은 유지하되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주주의 신용공여를 제한하거나 대주주의 발행지분 취득을 제한하는 방안을 통해 사금고화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 측 설명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역시 "제도적 차원의 해법 마련이 장기화할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의 취재를 상실한 또 하나의 은행이 출범할 것"이라며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현행 은행법보다 강력한 규제조항을 병행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의 사금고화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법을 비롯한 강력한 규제를 받는 은행이라는 '통제된 상황'에서 ICT 기업 주도의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실험할 규제 샌드박스, 혁신 허브로의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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