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향후 성장흐름을 지켜보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23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전월과 같은 연 1.25%로 유지했다. 이로써 다음 금통위가 열리는 4월까지 9개월 연속 동결 기조가 이어진다.

금통위는 경제성장 흐름이 1월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과 설비투자는 세계경제 회복 등으로 전망보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는 심리 위축 지속 등으로 전망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방향과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 유로지역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금리를 동결한 요인이 됐다.

◇ 수출·설비투자 개선 vs 소비는 부진

금통위는 경제 성장 경로가 1월 전망 당시와 부합한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성장세도 물론 미약하지만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설비투자가 개선되면 2% 중반의 성장세 달성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수출은 질과 양이 모두 개선된 것으로 평가한 이 총재는 "IT 업황 호조와 유가상승에 따른 자원수출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국내 수출 호조에 기여하고 있다"며 "비 IT품목까지 고루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등 개선흐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는 2%에 가까운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낮은 성장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2% 중반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 환율조작국 가능성 낮아·4월 위기설 일축

금통위는 높은 대외 불확실성에도 주목했다. 트럼프 정부가 오는 4월 내놓을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한국이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크지만 2월 발효된 교역촉진법 기준으로 보면 한국이 해당될 가능성은 낮다"며 "만약 중국이 지정될 경우 위안화 변동성 확대로 중국과 높은 실물경제 연관성이 있는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4월 위기설은 일축했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상환이 몰려있는 4월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정부와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이 총재는 말했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도 주목해야한다. 최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3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는 외국인의 자본 유출입 등을 통해 한국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로존의 정치 불확실성도 고려해야 한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협상과정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유로존 일부 국가의 정치 불확실성이 유로존의 정치·경제의 틀을 재편성할 가능성이 있다.

◇ 가계부채 증가속도 점검

이주열 총재는 정부가 실시한 가계부채 대책의 효과로 부채 증가속도는 전보다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부채의 분포나 금융자산 부채 현황 등을 고려하면 현재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은 전체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적용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비은행권에도 적용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비은행권의 대출 증가속도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는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줄어들고 있지만 계절적 요인도 있는 만큼 이사철을 지나면서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여전히 가계부채에 따른 금융리스크는 고려사항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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