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엄재현 기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유가 하락이 우리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점을 잇달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재부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저물가 우려를 표명했던 것과 다소 다른 모습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불거진 글로벌 경제 우려가 경제주체들의 심리위축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제유가 하락은 우리 경제에 큰 호재"라며 "유가 하락이 소비 증대로 이어질 경우 수요가 더 보강될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6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유가 하락과 관련해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호재"라며 "나쁜 것처럼 인식되는 부분이 있지만, 통계로 설명이 뒷받침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주요 국책연구원들도 때맞춰 국제유가 하락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나섰다.

KDI 등 5개 국책연구원은 7일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공급 측 요인만으로 10% 하락하는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률과 소득은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재부의 스탠스는 지난해 12월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기재부는 지난달 그린북에 게재한 경제현안 분석에서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유가 하락의 긍정적 파급효과가 이전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유가 하락의 지속은 경상성장률 상승을 제약할 수 있다"며 "유가 하락에 따른 실질소득 증가가 즉시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물가 상황에서 국제유가 하락이 경상성장률을 제약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 셈이다.

이처럼 기재부가 국제유가 하락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경제는 심리'라는 최경환 부총리의 지론과 맞닿아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가 하락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내수 부진 등의 심리적인 영향을 의식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12월 경제심리지수(ESI)는 93으로 직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내수 기업의 지난해 12월 업황과 올해 1월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 11월 조사치 대비 각각 5포인트, 3포인트 하락했다.

수출기업의 BSI는 다소 개선되는 조짐을 보였지만, 제조업 등 전반적인 경제주체의 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작년말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너무 낙관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비관해서도 안 된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터널 속의 어둠과 터널 끝의 밝은 빛을 모두 볼 수 있는 현실적 자세"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 12월 그린북에서도 국제유가 하락이 시차를 두고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며 "유가 하락의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소비 증가와 내수활성화로 이어진다는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jheo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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