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한 다른 연기금들도 국민연금만 바라보고 있어 빠르면 12일, 늦으면 13일 열릴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결정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 국민연금·산은 대우조선 지원안 두고 갈등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10일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한 기관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대우조선 회사채의 우선 상환과 추가 감자 등 국민연금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산은은 모두가 공평하게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4천400억원 회사채를 상환할 수 있는 자금 자체가 대우조선에는 없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설명회에서 일방적으로 제시했던 안을 되풀이하는데 그쳤으며, 국민연금도 추가적인 산은의 조치 없이는 대우조선 지원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상호간 갈등의 골만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설명회에서 산은은 감자는 차고 넘치도록 많이 했고,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자금도 혈세며 국민연금이 손실을 회피하려고 산은과 수은에 손실을 모두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국민연금은 당장 21일이 만기인 회사채 상환을 우선 조건으로 내걸었으며, 추가 차등 감자와 출자전환 비율 조정 등을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오는 21일 만기 회사채를 가장 많이 들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설명회에 직접 참석했지만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사채권자들은 채권 담당 팀장급 실무자가 오는데 그쳐 설명회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졌다.

설명회에 참여했던 한 연기금 관계자는 "뻔한 질문에 뻔한 답변, 뻔한 분위기였다"며 "기존 안만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정부와 산은은 지난달 말 대우조선에 2조9천억원을 신규로 지원하는 안을 내놓으면서, 회사채·기업어음(CP)의 절반은 출자전환으로 나머지는 3년 유예 후 3년 동안 분할상환하는 채무조정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재무상태와 기업계속성 등에 의구심이 든다며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만기 회사채 상환과 산업은행의 추가 감자, 출자전환 비율과 전환가액 조정 등을 요구했다.

국민연금과 산은은 지난 9일 회동했지만 산은은 국민연금의 요구사안을 수용하기 어렵고 회사채 50%를 3년간 상환 유예하면 만기 때 우선상환권을 보장하겠다는 제안만 했다.

◇ 대우조선 회사채 가진 연기금, 국민연금만 바라봐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지원 합의에 실패하면서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Pre-packaged Plan) 직행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우조선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 1조3천500억원의 30%에 육박하는 약 3천900억원어치를 국민연금이 보유해 대우조선 채무조정 성사의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7~18일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에서 국민연금이 부정적 의견을 내놓는다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도 국민연금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민연금 외에 우정사업본부(1천800억원), 사학연금(1천억원) 등 연기금들과 증권, 보험사들이 대우조선 회사채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 모두 국민연금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채권자 집회에서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P플랜이 시작되고, P플랜 준비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6일 투자위원회에서 대우조선 채무조정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빠르면 12일, 늦어도 13일께 다시 투자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 지원과 관련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대우조선 회사채를 들고 있는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한 연기금들은 국민연금만 바라보고 있어 사실상 투자위원회 결정이 대우조선 지원 결정이나 다름없다"며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 회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시장에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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