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현대산업개발이 자사주 매입에 다시 시동을 건다. 이번에도 주주가치를 내세우며 현금 보유능력을 자랑하지만, 이전 매입 때 주가가 내려간 경험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자사주 매입이 현대산업개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1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오는 7월 10일까지 자기주식(자사주)을 장내 매수하기로 했다. 예정금액은 626억2천500만원이다. 하루에 최대 15만주를 살 수 있다.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안정화로 명시했다.

올해 두 번째 자사주 매입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월 11일부터 전월 23일까지 자사주를 총 200만주 사들였다. 금액으로는 852억9천여만원에 달한다.

확정된 계획까지 완료되면 현대산업개발은 자사주만 약 1천500억원 매입하게 된다. 지난해 말에 연결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1조1천522억원까지 오르면서 빠른 행동에 나서고 있다. 올해 첫 번째 자사주 매입이 끝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은 현재 차입금과 사채보다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이 더 많아 순차입금 비율이 마이너스(-) 5.13%다.

견조한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한 결정이지만, 지난 자사주 매입 때는 주가 방어에 실패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1월10일 4만5천원 부근이었지만, 3월23일에는 4만850원으로 마쳤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의 건설업 지수가 9.60% 오른 점과 대비된다.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지난해 7월 하순 이후로 3만원대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현재 주가는 4만1천800원 수준이다. 지난 매입 때와 유사하게 주가가 내려가면 약 1년 전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 자체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주가는 당분간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산업개발의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지배구조 개편이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대비책도 될 수 있다"며 "외국인의 주식 보유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경영 안정성을 키워주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산업개발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특히 국내 주택에 쏠려 있는데 부동산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 있다"며 "현대산업개발 자체가 나쁘기보다 투자자들이 다른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매도세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장문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기대하는 모습은 단순 주택사업자 이상의 디벨로퍼이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시장의 높은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현금의 구체적인 활용계획에 따라 본격적인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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