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강력하게 억제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의 최근 대출이 크게 늘면서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가계대출 옥죄기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 규모를 조절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만 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오해를 받고 있어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기준으로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3조3천700억 원으로 작년 말과 견줘 8천500억 원 늘었다. 이중 7천300억 원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늘어났다.

특히 서민지원형 전세자금대출과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상품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우리은행은 국토교통부의 주거래 은행이다. 이렇다 보니 국토부와 연계한 주택 전세ㆍ구입자금 대출 상품 등의 정책성 대출 비중이 크다. 관련 상품에 대한 취급 점유율이 40%에 이른다.

국토부 연계 상품은 은행 계정이 아닌 기금 계정을 활용한 대출이지만, 해당 상품을 취급하며 우리은행의 자체 가계대출 상품 수요도 늘었다. 국토부 연계 정책성 상품의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서다.

예를 들어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은 부부합산 연 소득이 5천만원 이하인 경우 최장 10년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주거안정주택구입자금' 대출은 만 45세 이하 부부의 총소득이 6천만원 이하로 세대주와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여야 가능하다.

'주거안정월세대출'은 취업준비생이나 희망키움통장 가입자, 근로장려금 수급자, 사회초년생, 자녀장려금 수급자 중 부부합산 연 소득이 5천만원 아래여야 받을 수 있다.

대게 2% 안팎인 낮은 이자의 국토부 연계상품을 이용하러 우리은행을 찾은 다수의 고객은 까다로운 조건 탓에 이용을 포기하고 우리은행 자체 대출 상품을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성 상품을 공급하느라 재량껏 대출을 줄이는 데도 한계가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총량제 관리를 하고 있어 우리은행의 고민은 더 커지고 있다.

이광구 행장은 "국토부 연계 대출 상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대출잔액이 증가한 데 따른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무조건 판매를 중지해 서민층의 자금공급을 중단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당국에 대출 상품의 취지와 최근 동향을 충분히 설명할 예정"이라며 "가계부채 관리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계획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 우리은행을 방문해 최근 가계대출 증가와 관련한 현장점검도 진행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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