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한국은행에 이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으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민간 소비가 여전히 부진해 경기 회복의 온기를 모두 품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수출과 투자가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낙관론마저 피어오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 경기 회복 기대의 단초가 되고 있는 수출 개선세가 지속할 지 속단할 수 없다.

더군다나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하면 투자 심리를 떨어뜨리고 실물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KDI는 18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한은도 지난주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1%포인트 올린 2.6%와 2.9%로 제시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인 한국경제연구원은 2.1%에서 2.5%로 높여 잡았고, 해외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즈도 2.3%에서 2.5%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도 각각 2.5%와 2.4%로 제시하면서 전망치를 높였다.

최근 잇따라 주요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고 있는 주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세계 경제가 서서히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소폭이나마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과 함께 반도체를 중심으로 우리의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13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에 제시한 것보다 0.08%포인트 높은 3.43%로 올려 잡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촉발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으로 확장되고 있어 세계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세계 경제의 긍정적인 성장 흐름은 글로벌 교역 조건의 개선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수출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올들어 반도체 수출이 호황에 버금가는 실적을 보이면서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수출 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지난 5~6년간 세계 경제는 전망치 대비 지속 하향되는 추세였는데, 올해는 전망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 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건설투자가 워낙 좋고 설비투자도 올라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산업생산은 개선 추세다. 올해 1~2월에는 3.8% 증가했다.

광공업생산도 반도체와 기타 기계 등에 힘입어 작년 4분기(2.8%)보다 올해 1~2월(3.9%) 증가 폭이 확대됐다.

투자도 좋아졌다. 작년 4분기 설비투자는 전년동기대비 2.0% 늘면서 지난해 1분기부터 이어진 감소세가 증가로 전환됐다. 건설투자는 건축 등을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일방적인 경기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2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작년 평균(72.6%)을 하회하는 70.9%로 낮아 경기 개선 흐름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경기 개선세는 반도체 등의 특수 업종에 국한됐다는 의미다.

경기 전반에 온기가 퍼지려면 서비스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내수가 좋아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소비가 부진하다는 게 일반적인 진단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은 좋아지고 있지만 소비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고용도 여전히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작년 4분기 민간소비는 전년동기대비 1.5% 증가, 계절조정 전기대비로는 전 분기보다 낮은 0.2% 증가율에 그쳤다. 올해 1~2월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비스업생산도 작년 하반기 이후 도매 및 소매업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 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업(1.5%)과 음식숙박업(-4.1%)의 증가율이 다소 제한적이다.

KDI는 "민간소비는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실질소득 개선효과가 축소되는 가운데 작년 소비 활성화 정책의 효과도 사라지면서 증가세가 축소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확산 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우리 경제의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

보호무역주는 세계 교역을 둔화시킬 요인이 돼,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금융 불안을 야기하고, 경제주체들의 소비심리와 투자성향을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김성태 부장은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배경에 대해 "우리 경제가 급락할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지, 치고 올라갈 모멘텀이 커졌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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