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현행 상향식 중기지방재정계획은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어 국민 재정부담이 큰 만큼 지방재정 관련 법제 개편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정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은 19일 열린 국가재정법 정책토론회에서 '중앙·지방 간 재정관련 법체계의 국제비교와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기준 노령화 비율이 13.1%로 일본의 90년대 초반과 비슷한 수준에 올랐다.

당시 일본은 저출산·노령화 본격화, 경제 저성장 국면 돌입 등 재정여건 변화에 대한 적응에 실패하며 국가채무가 치솟았다. 조세부담률이 점차 줄어 세입기반이 약화한 데다 지자체를 통한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SOC) 지출로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된 탓이다.

이런 가운데 김 부원장은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방 세출 비중이 매우 크고 법정화를 통한 '재정 칸막이'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재정 칸막이는 세입-세출 연계성으로 재정 책임성을 높이고 각 분야의 세입 보장을 통한 재정 안정성을 높이는 순기능을 하지만 세수입 자연 증가율 하락 시 모든 부문에서 세입보다 세출이 많아지는 국민부담 비효율이 나타날 수 있다.

김 부원장은 또 "칸막이가 재정봉토주의로 흘러 기득권화하면 재정 당국의 우선순위 설정 기능도 무력화된다는 역기능이 있다"며 "현재 한국의 재정 칸막이도 일본의 90년대 초반처럼 순기능에서 역기능으로 전환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세수가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시기가 지났기에 재정 칸막이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지방재정 부문뿐 아니라 기금·특별회계, 건강보험 분야에서도 재정 칸막이 역기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2007년 이후 초중등 학생 수가 대폭 감소했는데도 내국세의 20.27%를 차지하는 교육교부금 규모는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초중등 교육비는 축소하지 않고 누리과정을 통한 유아교육 확대로 중앙·지방 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현행 지방재정법상 각 지자체장이 중기지방재정계획을 수립해 행정자치부 장관에 상향식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은 현실적으로 실효성도 없고, 중앙-광역-기초 간 재원 흐름을 중복 계산한 총량으로 수치의 의미도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김 부원장은 "지방재정 규모가 중앙재정 규모보다 큰 우리나라에서 지방중기재정계획이 분리 운용돼 국민의 전체 재정부담에 대한 중기계획 수립이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모두는 예산과정이나 세입공유와 수평적 재정 조정 방식으로 중앙-지방 및 지방정부 간 재정력을 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원장은 "일본이 재정 봉토적 법제로 국내총생산(GDP) 250%의 국가채무를 지고도 망하지 않는 것은 수출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국가채무 80% 이상을 내국인 저축으로 조달하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투자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재정이 어려워지면 일본처럼 경제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입 확충 여부를 비롯해 국민 재정부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재정 당국에 부여되지 않으면 국민 재정부담 효율성·형평성·건전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방재정을 포함한 일반정부 재정을 대상으로 중기재정계획이 수립되도록 재정 관련 법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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