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부실화려면 집값 30% 폭락 충격 있어야

가계부채 증가 속도 빠르지만 시스템리스크 가능성 적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 것이 최근 가계부채의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LTV와 DTI 규제를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19일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한ㆍ중ㆍ일 금융산업협력위원회가 주최한 '가계부채, 이대로 좋은가? -한계가구를 중심으로' 세미나에서 "최근 2년간의 가계대출 증가는 LTV와 DTI 합리화 조치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는 LTV나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거나 오히려 강화된 부문이 주도했다"며 "집단대출과 제2금융권 대출, 정책 모기지가 그 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금융권에 상관없이 전 지역에서 대출 시 70%의 LTV를 적용하도록 했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LTV와 DTI로 대표되는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이후 가계부채가 1천300조를 넘어서는 등 폭증세를 나타내자 금융권 안팎에선 부동산 규제를 이전 수준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LTV와 DTI 규제 합리화 조치 이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졌지만, 부동산 정책에 따른 효과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확대된 시중 유동성과 활황기에 접어든 주택 분양시장 탓에 내 집 마련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늘어난 가계대출 증가액 246조5천억 원 중 집단대출과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22조 원으로 전체 증가분의 49.5%를 차지했다.

집단대출과 제2금융권을 제외한 최근 2년간 가계대출 증가액의 평균은 62조3천억 원이다.

이중 장기ㆍ고정금리ㆍ분할상환 대출인 정책모기지(46조7천억원)을 추가로 제외한 평균치는 38조9천억 원이다.

LTV와 DTI가 완화되기 이전에 기록한 가계대출 증가액 38조 원과 불과 9천억 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도 국장은 "주택경기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선 LTV와 DTI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에 직접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도 LTV와 DTI의 규제비율 완화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뚜렷한 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빠르지만, 시스템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상환 능력이 양호한 소득 4~5분위 가구가 가계부채의 70%를 보유하고 있고, 가계의 금융자산이 부채대비 2배 이상이라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고 있어 금융 시장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도 작다고 예상했다.

도 국장은 "LTV 규제비율이 70%로 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 발생하려면 집값이 30% 이상 대폭락하는 수준의 경제적 충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기구와 한국은행 등 대내외 기관의 전망도 비슷하다.

무디스는 올해 2월 고소득 가계가 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고정금리나 분할상환 대출비중을 늘리고 있어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시스템적 리스크는 제한될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IMF 역시 국내 은행의 견고한 대응 여력을 고려했을 때 가계부채가 시스템적 위협을 가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도 국장은 "한국은행 역시 부동산 자산의 버블이나 집값의 급속한 조정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며 "단기적으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점차 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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